尹 “안전 컨트롤타워 대통령 맞지만, 보고체계 등이 중요”...경찰청장 질타

대통령실, 비공개회의 발언 공개
윤희근에 “왜 4시간 쳐다만 봤나”
언성 높이고 손가락으로 책상 내리치기도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해도 이런 참사는 안 일어난다.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나라인데….”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윤석열 대통령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향해 ‘이태원 압사 참사’ 같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한 것에 관해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관해 경찰 대응을 가장 크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회의 도중 격앙된 어조로 윤희근 경찰청장 면전에서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이 아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라며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라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공개된 발언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먼저 “저는 대통령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며 사고 당시 “아마 초저녁부터, 한 오후 5시 40분, 50분쯤부터 사람들이 점점 모이고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가 되면 아마 거의 아비규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또 ‘자유롭게 모인 인파를 통제할 권한이 없었다’는 경찰 측 해명을 언급하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한 인파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이것은 어디 구석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주(主)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되면 주도로를 당연히 차단했어야 한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소방은 예방도 물론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부터 119 구급대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사고를 막는 것은, 그리고 위험을 감지해야 하는 것은 경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여기에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그런 정보를 용산경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이번 참사 발생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재차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건가. 저는 납득이 안 된다”며 “저런 압사 사고가 일어날 상황이고 6시 반부터 사람들이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죽겠다고 하면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그걸 조치를 안 해요?”라고 물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아무리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하고 청장은 관여를 안 한다고 해도 사고에 대한 행정적인 진상규명은 청장의 권한과 책임에 속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시민으로서 본 우리 경찰의 역량에 비추어 이 사고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고 굳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거나 손가락으로 책상을 내리쳤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해도 이런 참사는 안 일어난다”라며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나라인데”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면서도 “이것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보고 체계 등이 신속하게 (작동)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공개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게 회의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하라는 대통령 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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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