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황운하·김어준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 논란 일파만파

野 “국회 모독” 반발…與 일각서도 사과 요구했지만 韓 거부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현장이 일순간 시끄러워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하면서다. 야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한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도 한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 장관이 거부하면서 예결위는 파행했다.

이날 논란의 발언은 한 장관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의원은 황운하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경찰이 이번 핼러윈 행사에 마약 수사 경력을 다수 투입했다며, 한 장관의 '마약과의 전쟁'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 의원은 "서울시민의 세금이 쓰이는 교통방송(tbs) 진행자 김어준씨가 이런 황당한 주장을 만들고, 민주당 의원이 참여한다. 김씨가 주도해 민주당 전체가 (황당한 주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장관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조 의원의 질의에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 전체까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가세하는 분들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격분했다. 예결위 회의장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국무위원인 한 장관이 국회의원을 모독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동료 의원을 정치적 음모론자라고 평가하는 국무위원의 발언이 경악스럽다"며 "신성한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 의원의 합작으로 이런 것들이 진행되는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황 의원의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하면 되는데 어떻게 국무위원이 입법부 구성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란 얘기를 하나. 예결위원장이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국회 모욕죄'를 거론하며 "(한 장관이) 국회에서 증언하면서 명백하게 국회를 모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나서 한 장관을 두둔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방송인의 행태와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은 한 장관의 비판이 지나쳤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 장관이 황 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했다면 국무위원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거듭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은) 김어준씨와 황운하 의원 둘 다 포함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매우 잘못된 이야기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우원식 예결위원장의 물음에도 "저는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끝내 사과를 거부했다.

결국 한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됐고, 예결위는 이날 저녁 10시께 정회했다가 50분여 뒤 속개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