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기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관련 인사전횡, 사전담합 정황
지난 지방선거서 현 민주당 A의원에 공천 청탁·대가 논의도 담겨
당시 구정질의에서 강 의원은 녹취록의 일부 내용 등을 근거로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이춘기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공단 이사장 연봉 17% 인상 ▲다농마트 매장 지인에 낙찰 ▲공단 내 친인척 채용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강 의원은 유 구청장에게 공단 이사장 연봉 17% 인상과 관련해 직원연봉은 24개 구 공단 중에 22위인데 이사장만 상위라고 지적하고, 공단이 진행 중인 다농마트 명도 소송을 언급하며 “이춘기 공단 이사장이 마트 매장을 친구에게 낙찰해 줬다”, “정말 매장 낙찰을 친구에게 준 것이 확인된다면 해임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유 구청장은 질문지를 사전에 공유하지 않아 준비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구정질의에서는 녹취록의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 유 구청장의 인사전횡, 이 이사장의 사전담합 정황과 함께 정치적으로 파장이 더 큰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본지가 녹취록을 분석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유 구청장은 시민단체 대표에게 자신의 입으로 ‘뜨거운 정황’을 다수 드러냈다. 도덕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문제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었다.
먼저, 녹취록에는 유 구청장이 공공기관인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의 이사장직을 ‘평생 먹고 살라고’ 이춘기에게 줬다는 발언이 나온다. 유 구청장이 능력을 따져 공정하게 공공기관 기관장을 임명한 게 아니라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유 구청장은 이 이사장의 막말도 밝힌다. 유 구청장이 전한 이 이사장의 막말에는 ‘막장경영’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 구청장은 이 이사장이 자신에게 “내가 (마트 운영권을) 친구 주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 됐냐?”고 따졌다고 말한다. 시민단체 대표는 “그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자 유 구청장은 “말이 안 된다”고 수긍한다.
유 구청장은 “어떻게든 풀어 가겠다. 내가 임명권자다. 구청장이... 임명권자가 그러면 구청장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해야지”라고 말한다. 유 구청장도 이 이사장의 직권남용과 사전담합을 인정한다는 맥락이다. 이어서 “내가 딱딱딱 짚어서 만나서 해결하시오. 무릎 꿇고 빌든가... 그런데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못 된다”라며 이 이사장이 스스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내비친다.
녹취록에는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임명권자인 유 구청장의 인사전횡 실토도 담겼다. 유 구청장은 “이사장 지금까지 당신 ‘없이’ 살았으니까 이사장 되어 가지고 먹고 살 궁리해라, 죽을 때까지...”라고 이춘기에게 말했다고 밝힌다. 명백한 인사전횡 고백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구청장이 요구하는 건 그거다. 이사장님 친구를 주던 동생을 주던 누가 뭐라 그래. 소문만 안 나면”이라는 말을 덧붙이다. 문맥상, ‘도둑질 해라,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아’라는 취지나 다름없다.
유 구청장은 이번 사태를 공직자의 처신이 아닌 사인의 일탈로 비유한다. 유 구청장은 “그런데 그거 소문나면 안 되잖아. 밖에서 들통나면 안 되는 거 아니요. 그렇잖아요. 바람이, 여자든 남자든 바람을 피는데 걸리면 바람인 거고 안 걸리면 끝나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죄의식이 없다”라고 말한다. 유 구청장은 이 이사장의 이번 행각을 바람에 비유한다. 공직자로서 낮은 수준의 도덕성과 심각한 성 감수성을 드러낸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유 구청장은 사태의 해결 의지를 피력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하다. 이래야 되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수습하겠다. 이게 맞는 것이다”고 말한다. 유 구청장의 말에는 어떻게 수습하겠단 방법은 빠져 있고, 여지껏 어떤 조치도 취한 게 없다. 강 의원의 구정질의에 따르면, 오히려 이 이사장의 연봉은 17%나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시민사회와 정가에서는 유 구청장의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임명에서 이번 사태가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유 구청장의 인사전횡 불똥은 유 구청장을 공천한 더불어민주당으로 튈 수 있다. 유 구청장이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A 의원에게 다른 두 사람의 공천 청탁을 했고, 공천 대가로 금품이 오간 정황도 담겨있다. 이 과정에서 A 의원은 유 구청장에게 대가를 챙기라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드러난다.
본지는 A의원 관련 내용은 추가 취재를 통해 확인하고, 녹취록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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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