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룰은 사실상 비례대표제의 ‘병립형 회귀냐, 준연동형 유지냐’라는 쟁점으로 좁혀졌다. 정치개혁을 계속 외쳐온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은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이탄희 의원은 조곤조곤 말한다. 여의도에서 곧잘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싸우는 목소리’는 아니다. 그런 그가 인터뷰 1시간 동안 싸움이라는 단어를 12차례나 쓰며 톤을 올렸다. “싸움의 목적이 사라졌다” “싸움의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현 정치 상황을 비판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만을 향하지 않았다. 몸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지적 대상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반사이익과 혐오에 기댄 정치권을 꼬집었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당장은 선거제가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 정치인들과 함께 꾸준히 정치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다. ‘위성정당 방지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연합정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사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동의했다. ‘협치의 제도화’다.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관련 내용(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위성정당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같은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 등)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8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국민통합 정치 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전 당원 투표로 정치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023년에 진행된 정치개혁 논의, 그중에서도 내년 총선과 관련된 선거제 이슈는 10월 중순 현재 사실상 이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비례대표를 병립형으로 돌아가느냐, 준연동형을 유지하느냐. 국회 전원위, 국민 공론조사를 거치며 국회의원 증원, 비례대표 증원(현재 지역 253석·비례 47석),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이 다뤄졌지만 지금은 비례대표를 어떻게 뽑을지로 좁혀진 모양새다.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을 나눈 2016년 제20대 총선 방식이다. 33.5%를 득표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전체 47석 비례대표 중 17석을 차지했다. 민주당(25.54%)과 국민의당(26.74%)은 각각 13석을 차지했다. 7.23%를 얻은 정의당은 4석을 배정받았다.
반면 준연동형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에 연동(50%)하는 제도다. 2020년 제21대 총선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비례에서 10%를 얻은 정당은, 전체 국회의원 300석 중 10%(30석)의 절반인 15석을 할당받는다. 만약 지역구에서 2석만 얻었다면, 나머지 13석을 비례에서 가져간다. 통상 득표에 비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거대 양당에 불리한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을 주장한다. 민주당 안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 회귀가 ‘퇴행’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선거제 퇴행은 직을 걸고 막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직’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다. 의미를 다시 물었다. “말 그대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치가 나빠지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준비를 잘 하는 것 이상의 싸움을 위해 더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시작을 이틀 앞둔 10월8일 이탄희 의원을 만났다. 선거제라는 주제에 집중해서 물었다. 왜 정치개혁을 계속 말하는지, 지금의 정치권 행태를 바꾸는 게 선거제도와 무슨 상관인지, 병립형이 왜 나쁜지 등.
이탄희 의원은 정치권이 “싸움의 목적”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잘 싸우는 비결이기도 하다. 현재 정치권의 문제는 ‘싸워서’가 아니라, ‘제대로 못 싸워서’라는 진단이다. 국민을 위해 서로가 잘 싸워야 하는 곳이 정치권이라고 이 의원은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거제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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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