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회동 제안 놓고 신경전
‘정치 실종’ 책임 소재 둘러싼 샅바 싸움
여야 양당 대표가 26일 회동 제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향해 “밥 먹고 술 먹는 건 친구분들하고 하시라”고 비판한 데 대해 김 대표가 “저는 이 대표가 친구라 생각했는데”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야당의 단독 입법에 이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잇따르면서 ‘정치 실종’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날 양당 대표 간 설전은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려는 일종의 샅바 싸움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김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을 비판한 뒤 “국민 삶과 국가 미래를 통째로 위임받은 정치인이 국민에게 뭘하는 척, 쇼 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소주 한 잔 하고 밥 먹는 게 뭐 그리 대수겠냐”며 “국민 삶, 민생에 관한 정책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식사 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가 거부했다’고 말한 데 대해선 “마치 야당이 대화를 거부한 것처럼 언론플레이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옆자리에 앉아 ‘얼굴 한 번 봅시다. 밥이라도 먹고 소주를 한잔하든지’ 그랬더니, (이 대표가) ‘국민들이 밥만 먹으면 안 좋아해요’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밥·소주는 친구랑 하시라’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아주 가까운 친구로서 허물없이 얘기할 수 있어야 국회의 협치·대화가 잘 되는 것 아니겠냐”며 “저는 이 대표를 서로 멀리 해야 할 관계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친구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의 정책 대화 제안에 대한 수용 의사도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매우 환영한다”며 “그 방식은 TV토론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어느 정치인(의 생각)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것인지, 국민 앞에서 전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개적인 정책 대화 외에도 별도 비공개 회담도 추가로 제안했다. 그는 “대표끼리 허물없이 서로 하고픈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회담은 별도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양당은 정책 논의를 위한 대표 간 TV토론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속한 시일 내 양당 실무진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 등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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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