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 알고리즘의 배신’… 귀경길 농로 정체에 티맵 진땀

귀경길 잘못된 안내 이용자들 분노
티맵, 극히 이례적 ‘이상’ 해명 진땀
내비 특성상 불가피한 현상 지적도

추석 귀경길에 오른 운전자들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티맵’의 잘못된 안내 탓에 한 농촌 이면도로에 갇혔다는 아우성이 빗발치며 티맵모빌리티가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특정 도로의 극심한 정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일부 운전자들에게 다른 경로를 안내하는 티맵의 알고리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귀경길에 오른 운전자들 사이에서 “티맵을 믿고 농촌 이면도로로 진입했다가 5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는 경험담이 속출했다. 이전에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종종 엉뚱한 경로를 안내한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추석 귀경 행렬이 겹치며 피해가 극심했다.

티맵 운영사 티맵모빌리티 측은 원활한 도로 교통 측면에서 설계된 내비게이션의 알고리즘상 기능이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티맵에는 차량이 한 경로로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전자들에게 다른 루트를 나눠서 추천하는 ‘동적 최적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차량이 워낙 많이 몰리다 보니 평소에는 추천하지 않는 경로도 안내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적 최적화는 현재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있는 운전자들의 정보를 취합해 미래의 교통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모든 운전자가 동일한 고속도로나 국도를 이용할 경우 정체가 빚어질 수 있으니 일부 운전자들에게는 다른 우회도로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이 같은 ‘이상(異常) 안내’가 극히 이례적인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통상 내비게이션은 운행이 불편한 이면도로 등에 막대한 ‘마이너스 가중치’를 부여해 되도록이면 추천하지 않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올 추석의 경우 우연히 해당 구간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생하며 이 같은 마이너스 가중치를 반영해도 이면도로 진입이 낫다는 알고리즘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알고리즘이 이면도로를 추천했을 당시에는 해당 경로가 최적이었지만, 이 도로로 예상보다 많은 차량이 우회하며 도로가 마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알고리즘 특성상 이상 안내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은 운전 편의성과 소요 시간, 연비, 통행료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경로를 작성한다”며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 내비게이션의 원리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맵의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으로 사실상 과점 상태여서 특히 문제점이 부각되지만 타사 내비게이션 사용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다만 티맵모빌리티 측은 구체적으로 알고리즘의 어떤 특성으로 인해 이상 안내 현상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장점유율 2·3위를 차지하는 카카오내비(카카오모빌리티)와 네이버지도 내비게이션(네이버) 관계자는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지만, (티맵과 달리) 인위적으로 사용자를 분산하는 시스템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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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