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대남 의혹에 보수 내부서도 "한심하다"... "또 나오면 공멸" 우려도 확산

명태균 ‘대통령 부부 친분 의혹’ 정치권 강타
김대남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에 여권 내홍까지
‘속전속결 정권교체’ 부작용 나타났나
전문가 “쌍특검 수용 등 승부수 필요”

"한심하고 수치스럽다."

유승민 전 의원이 7일 최근 대통령실과 맞물려 터져 나온 잇따른 의혹에 대해 던진 얘기다. 비단 유 전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비롯해 보수진영 내부에서 유 전 의원과 비슷한 자조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인 부산과 경남 지역 정치 컨설턴트 명태균씨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 출신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휘둘리는 현실이 보수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제2, 제3의 명태균이나 김대남 등장 이전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자택, 몇 번 갔는지 기억도 안 나"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최근 언론과의 접촉을 넓히고 있는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당시 윤 대통령 자택에) 몇 번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언급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윤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추천했다고 주장했고, 윤 대통령 부부와 얽힌 역술인 천공에 대해서도 "내가 (천공보다) 더 좋으니까 (천공이) 날아갔겠지"라고 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냥 하소연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2022년 9월에도 김 여사가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불참하려던 이유가 명태균 조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명씨에게 보냈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정치인과 함께 자택을 방문한 명씨를 처음 만났다"며 "명씨로부터 특별한 조언을 듣거나 활발한 소통을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관계에 대해 석연치 않은 지점은 여전하다.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대남 전 행정관 역시 김 여사와의 친분을 강조했었다. 김 전 행정관이 통화한 인터넷 매체는 이미 김 여사와 녹취록 공개로 논란이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김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며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한 인터넷 매체는 김 전 행정관이 "용산은 십상시(박근혜 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 있다”며 “(김건희)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고 시켜먹는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냥 다 얼굴마담”이라고 말한 녹취록을 이날 공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는 김 전 행정관과 친분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 대표 측은 김 전 행정관 ‘배후'에 친윤석열계가 있다고 의심하면서 진상조사를 추진 중이다. 3급 행정관이었던 김 전 행정관이 임기 3년에 3억6,000만 원이라는 초고액 연봉을 받는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직을 꿰찬 배경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조기 정권교체’ 후과 돌출인가
명씨나 김 전 행정관이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게 된 배경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 3개월 만에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입당에도 뜸을 들였었다. 여의도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에 뛰어든 윤 대통령이 주변에 몰려든 '직업' 정치인들 중 옥석을 가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 신인이던 윤 대통령 주변에 공적인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개인적 인연에 의존했던 부분이 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업 활동 등으로 인맥이 두터운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대신해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했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 수준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 상황도 명씨나 김 전 행정관이 활동할 토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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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