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음주 운전 했다”… 뺑소니 사고 10일 만에 시인

경찰, 구속영장 신청 검토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19일 ‘음주 뺑소니’를 시인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채 자신의 차량으로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지 10일 만이다. 김씨 측은 사고 사실이 알려진 14일부터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해오다가 닷새 만에 돌연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저는 음주 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김씨 측은 경찰 수사가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하고 ‘자백의 골든 아워’를 놓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구속만은 면해보자’는 변호인 조언이 있었을 수도 있다. 김씨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 조남관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경찰이 이날 “김씨 등이 조직적인 증거인멸 움직임을 보였다”며 구속 영장 신청을 시사한 것 역시 압박으로 작용했다.

사고 당일인 9일, 김씨가 대낮부터 1~3차 술자리에 참석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크린골프장(1차)에서 유명 래퍼를 만났다. 여기서 이들은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이후 김씨는 조수석에 래퍼를 태우고 직접 자신의 차를 몰아 오후 6시 15분쯤 인근 강남구 신사동의 음식점(2차)으로 갔다. 이 자리에서도 김씨 일행 5명은 소주 7병, 맥주 3병을 주문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후 대리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오후 7시 40분쯤 청담동 회원제 텐프로 유흥업소(3차)에 도착했다. 유명 개그맨이 동석한 이 자리에서도 음주가 있었지만 김씨 측은 “술잔에 입만 대고 마시지 않았다” “차(茶)만 마셨다”고 부인해 비난을 자초했다. 이후 김씨는 대리 기사가 모는 차량을 타고 밤 11시 15분쯤 청담동 자택에 돌아왔다. 7시간여에 걸친 1~3차 술자리 끝에 귀가한 뒤였지만 김씨는 자신의 차량을 직접 몰고 다시 집을 나왔다. 밤 11시 40분쯤 압구정동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경찰은 이 과정을 설명하는 김씨 측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당초 소속사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김씨가 굳이 대리 운전을 부른 이유에 대해 “피곤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유흥업소와 자택은 모두 청담동에 있고 거리 역시 400m에 불과하다. 소속사는 김씨가 뺑소니를 친 이유가 ‘공황’ 탓이라고 했지만 사고 이후 김씨가 침착한 모습으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캔맥주를 구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은 “김씨가 3차까지 술판을 벌인 끝에 음주 운전으로 4차를 하러 나가다가 뺑소니를 낸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호중이 술을 마신 것 같다”는 관계자들 진술과 음주 정황이 담긴 감시카메라 화면도 확보한 상태다. 그와 동석한 래퍼·개그맨도 소환 조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경찰에 보냈다.

김씨의 음주 운전 혐의를 직접 입증하는 데 경찰이 다소 난항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고 현장에서 김씨가 도주했고, 17시간 만의 음주 측정에서 음성(혈중알코올농도 0.03% 미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도주 치상을 비롯, 범인 도피·증거인멸 교사, 위험 운전 치상, 공무 집행 방해 등 혐의를 총동원해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었다. 조직적 범행 은폐에 국민 여론도 급속도로 나빠진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등이 여기서 더 버텨서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가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했다”고 밝힌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매니저는 범인 도피 교사 혐의, 거짓 자수를 한 매니저는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사고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본부장은 증거인멸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소속사는 이날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상황을 숨기기 급급했다”고 사과했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허위 진술, 증거인멸 등으로도 죄질은 충분히 나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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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