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대안암병원, "의사 회진 못 받고 환자 사망" 직무유기 논란

유족 A씨 “입원 기간 의사 회진 없었다”
고대안암병원 측 “10일 입원해도 의사 못 만나는 게 현실”
환자 B씨(사망) “환자 죽어가는데 의사 선생님 왜 한번 안 오나”
고대안암병원 의사, “환자 면담 거절은 의사의 선택권”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고대안암병원에서 의사들의 직무유기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 A씨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의 거듭된 요청에도 주치의 면담과 회진이 이뤄지지 않았고, 환자가 입원 보름여 만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A씨는, “올해 5월 12일 고대안암병원 혈액내과에 입원한 아버지(80세)가 의사들의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중환자실에서 5월 23일 사망했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A씨는 고대안암병원에서 입수한 간호일지를 근거로 아버지 B씨가 입원한 이후 지속적으로 병원 측에 의사 회진과 주치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가 작성한 5월 12일 간호일지에 따르면, “셋째딸 주치의 면담요청, dr C에게 noti함”이라고 적혀있다.

5월 16자 간호일지에는 “환자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 보기만 하는 건지 걱정돼요. 고대병원은 원래 이러는 건가요, 선생님이 문제인 건가요? 설명을 안 해주니 답답해요, 월요일에 꼭 면담시켜주세요. by 보호자"라고 기록돼 있다.


더불어 “환자 상태와 관련하여 당직의사 면담 원함. 당직의에게 노티함. 당직의 많은 환자보고 있으므로 바로 면담할 수 없고 월요일 면담 가능함을 설명함”이라는 적었는데, A씨는 “월요일 면담 역시 의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간호일지에는 이밖에도 제보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내용이 더 있었다. “보호자 입원 후, 의사 한번을 못 봤다고... 부탁하거나 애원해야만 의사 만나고 간호사들 외에 의사들이 와서 환자한테 청진기 한번 대어보지 않음, 병원의 문제인지 다른 문제인지 불평함. Dr에게 노티 함” 등의 내용이다.

유족 A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대안암병원 측은 “의료진 회진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병원 측의 ‘의료진 회진’은 통상적인 개념의 회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A씨는 “16일 아버지가 위중해져 중환자실로 옮겼고, 보호자들이 의사의 직접치료가 없는 것을 문제 삼고 언성을 높이자 당직의가 처음으로 환자를 찾았다. 당직의가 청진과 함께 각종 의료장치를 부착하고 간 것이 전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또한 “아버지가 입원 기간 내내 의사 선생님이 왜 안 오시냐. 멀쩡했던 내가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 얼굴 한번 보면 나을 거 같다”고 몸부림쳤다고 한다.

A씨는 입원하고 중환자실로 옮기기까지 “단 한 번 담당교수를 봤으나 역시 정상적인 회진은 아니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A씨는 “간호사실에 강력하게 항의하자 담당 C교수가 병실을 찾아 왔으나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보호자만 만나고 갔다”, 병실 밖 복도에서 A씨를 불러내 “환자가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조직 검사를 할 수 없다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 이것이 C교수가 환자도 아니고 보호자를 대면한 내용의 전부라며, 병원 측의 ‘의료진 회진’ 주장에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아버지 사망 후에도 담당 C교수에게 주치의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C교수는 “주치의가 환자 면담을 거절하는 것은 의사의 선택권이다. 요즘은 교수가 주치의나 밑의 의사를 부르면 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부를 수가 없다"라며 면담요청을 거절했다.

A씨는 고대안암병원 측의 주치의 관련 거짓말 의혹도 제기했다. 병원 측은 "환자 B씨 주치의가 회진과 면담을 할 수 없었던 것은 퇴사했기 때문"이란 입장이다.


해당 주치의가 근무 중이었다는 A씨의 문제 제기에는 "환자 B씨가 입원한 기간에 퇴사를 했다가 B씨 사망 이후에 재입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가 제시한 고대안암병원의 의무경과기록표는 병원 측 주장과 달랐다. 담당 주치의가 퇴직했다는 14일, 다음날인 15일에도 주치의가 의무기록표를 작성했다.


간호일지에도 “5월 14일 Dr D씨(해당 주치의)에게 noti” 했다고 명기돼 있다. B씨 입원 기간에 퇴사해 근무를 안 했다는 병원 측 입장에 반하는 내용이다.

A씨는 담당의 C교수에게 이런 저간의 상황을 알리며 환자가 죽을 때까지 어떻게 의사가 단 한 번 오지 않은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C교수와 함께있던 병원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료계는 10일을 입원해도 의사를 못 만나는 게 현실이다”라고 답했다며 A씨는 분개했다.

A씨는 “앞으로 고대병원을 찾을 환자분들이 저희처럼 피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의사가 환자를 외면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허망하게 가족을 보내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됐다. 곧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려 의료피해자는 물론 시민사회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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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