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 넘는데, 연두색 아니네”…법인차 번호판 꼼수 확산

▲ 지난 1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직원이 고액 법인차량용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는 모습
국내에 법인차 전용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되고 난 뒤 취득가를 기준치(8000만원)보다 낮춰 신고하는 ‘꼼수 법인차’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출고가가 8000만원이 넘음에도 할인 혜택을 적용받은 것처럼 꾸미는 ‘다운 계약서·영수증’이 일부 발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8일 국토교통부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수입 법인차 차량 모델 및 신고가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두 달간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인 수입 법인차량 수는 5762대(1월 2660대, 2월 3102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047대)보다 18%가량 감소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 기간 취득가액이 8000만원에 약간 못 미쳐 연두색 번호판 대상에서 제외된 수입 법인차 수는 전년보다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등록된 7000만~8000만원 사이 수입 법인차는 1075대(1월 350대, 2월 725대)였지만, 올해는 1110대(1월 559대, 2월 551대)로 소폭 증가했다. 법인차 표시 효과가 있는 번호판을 피하고자 8000만원 미만 차량을 구매한 법인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동차 등록 과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법인차량의 취득가액은 자동차 등록증의 ‘비고’란에 기입하는 ‘자동차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로 차량 가격이 8000만원이 넘어도 할인 혜택을 적용한 것처럼 계약서와 영수증을 꾸미면 8000만원 미만에 구입한 것처럼 꾸밀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경우 차량 가격이 기준치에 미치지 않아 연두색 번호판을 달 필요가 없다.

국토부에 올해 2월까지 등록된 취득가 7000만~8000만원 수입 법인차량 1110대를 김주영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 시중 출고가액 8000만원 이상인 차량이 91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대별로 차량을 구분하면 ▲8000만~9000만원 628대 ▲9000만~1억원 271대 ▲1억원~1억1000만원 11대 ▲1억2000만원 이상 2대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컨버터블 스포츠카 12대와 캠핑 트레일러 1대 등도 포함됐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