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끝난지도 7개월…해산 못한 조직위에 '예산 낭비' 논란

월 수백만원 임차료 서울사무소 '썰렁'…사무총장은 명절휴가비 등 '억대 연봉'
감사원 조사 결과는 '하세월'…조직위 "올 예산 17억원 자체수입 마련, 급여도 관련 규정 근거"

▲ 사무총장 없는 사무총장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스카우트 회관 내 마련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조직위원회 서울사무소'.

기자가 찾은 사무실은 사실상 개점휴업을 한 가게처럼 썰렁해 보였다. 사무실 내부에 인기척을 살피자 조직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빼꼼히 기자 얼굴을 살폈다.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니 별도 공간에 있는 사무총장실을 비롯해 곳곳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잼버리 홍보문이나 관련 물품·서류들이 책상에 쌓여있는 등 어수선했다.

자신을 여성가족부 소속 공무원으로 밝힌 조직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서류작업 정리할 게 있어서 (서울사무실에) 잠깐 올라온 것"이라며 "대부분 업무는 전북에서 하고, 서울 사무실은 거의 비어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직원들은 계약이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고, 부처 및 지자체 파견자는 대부분 원소속으로 복귀했다"며 "당초 잡힌 조직위 운영 기간이 올 8월까지로, 그전에는 해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직위의 국내외 홍보 수단이었던 온라인 채널도 멈춰 선 지 오래다. 잼버리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9월 이후 업로드가 중단됐고,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야영장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모기가 들끓고, 폭염에 무방비였던 시설 등 안일한 대회 준비와 운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대회가 막을 내린 지 7개월이 지나도록 해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여성가족부와 조직위 등에 따르면 한때 100명이 넘던 조직위 구성원은 현재 전북도 소속 8명, 여가부 소속 3명, 민간 채용직 5명 등 16명이 남았다.


당시 공동 조직위원장이었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김윤덕 국회의원 등 5인 가운데 김현숙·박보균 장관, 강태선 총재는 퇴임하며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여가부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민간인 신분인 최창행 사무총장은 조직위에 남아있다.


앞서 국내에서 치러진 대형 국제 행사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대회조직위원회가 패럴림픽 폐막 직후인 2018년 4월 4일 상근위원장을 비상근위원장으로 바꾸고, 해산과 청산 업무를 위한 조직으로 개편한 것과 사뭇 다른 모양새다.

잼버리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 인건비와 각종 수당, 운영비 등으로 올해 조직위에 편성된 예산은 17억7천여만원이다.

이 가운데 기자가 찾았던 조직위 서울사무소 임차료로 매달 420여만원씩 사용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으로 지급될 최 사무총장의 과도한 연봉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조직위의 추경예산 자료를 보면 최 사무총장 연간 보수는 본봉 1억100만원에 업무수행경비 1천800만원, 직무활동비 1천140만원, 명절휴가비 1천81만원 등 1억6천만원이 넘는다.

조직위는 이처럼 해산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감사원 감사와 소송 대응을 꼽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잼버리 대회 유치·운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에 나섰으나, 아직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감사를 종료하고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면서도 "최종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서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만, 그 시기는 종잡을 수 없다. 상반기 내에는 어렵다"고 답했다.

조직위는 잼버리 대회 기념품 제작을 담당했던 업체로부터 수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정부가 잼버리 당시 북상하던 제6호 태풍 '카눈' 피해를 우려해 야영장 조기 퇴영을 결정하면서 기념품 판매가 부진해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다"며 "올해 예산 17억원은 대회 참가국이 냈던 참가비 등 자체 수입으로 확보한 것이며, 서울 사무실도 조만간 좀 더 작은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만금세계잼버리법 제21조는 조직위원회가 해산한 경우에 남은 재산은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된다고 명시했다.

이미 해산했다면 국가에 귀속됐을 예산이 지지부진한 해산 절차 때문에 조직위 예산으로 낭비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불필요한 '혈세 낭비'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사무총장은 "관련 규약 등에 근거해 급여를 계속 받고 있고, 감사원에서도 문제없는 거로 봤다. 내가 무보수로 일했던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