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무직, 늘봄 둘러싼 '아전인수'…설문서도 시각차 확연

교육부 제출된 행정업무 경감 방안 정책연구 결과
돌봄은 누가 맡고 있나…교사들 75.9%가 "교원"
공무직 68%가 "공무직"…고질적 인식차 드러내
늘봄학교, 교사 업무 경감은 약속…비정규직 충원
공무직 노조 "반대하는 집단의 요구만 수용한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020년 11월6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학교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초등돌봄전담사 총파업 대회'에 참석해 학교 돌봄 법제화 및 지자체 이전 중단 촉구 구호를 외치는 모습.
교육부가 교사들의 여론을 고려해 기존 교사의 늘봄학교 업무 배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실무자인 교육공무직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늘봄학교 관련 업무의 책임 소재를 놓고 교사들과 공무직 간에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당국의 정책연구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김이경 중앙대 교수 연구진은 충북도교육청 의뢰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교원의 교육전념 여건 조성을 위한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마련했다.

보고서는 교육부가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 중이다. 이 방안은 지난해 교권침해가 논란이 된 이후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지적에 추진 중이다.

연구진은 교원의 학교 행정업무 수행 실태와 그 문제점, 관련 요구를 분석하기 위해 현장 학교 관리자와 교사, 교육청 관계자 자문을 얻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지난해 7월 전국 초·중·고 1만1794개교의 5%인 590개교 구성원 2만734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교장·교감과 평교사 등 교원이 2만6355명(96.4%)으로 가장 많았고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 558명(2.0%), 공무원 등 행정직 427명(1.6%)도 소수가 참여했다.


이 중 유치원과 초등학교 구성원에게만 현재 설치돼 있는 돌봄교실 관련 업무의 담당 주체가 누구인지 묻자 응답자 전체 74.6%가 교원이라 답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응답 주체별 답변을 분석해 보니 교원의 75.9%가 자신들이 업무 주체라고 답했다. 교원이 상대적으로 설문에 많이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응답률도 교원이라 나온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공무직의 68.0%는 돌봄교실 업무를 자신들이 맡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8.5%만이 교원이라 답했다. 행정직은 46.8%가 현재 돌봄교실 업무를 공무직이 맡고 있다고 응답했고 46.4%는 교원이라 답했다.

돌봄교실 업무를 누가 맡는 게 적정한지 묻는 문항에서도 교사들은 공무직, 행정직과 인식차를 드러냈다.

교원은 과반수인 52.9%가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기관이 돌봄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공무직의 46.2%는 학교 내에서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행정직의 43.5%는 교원 혹은 공무직으로 답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 참여자가 교원에 편중돼 있다는 점과 업무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9·10월 당사자 집단 조사를 2차례 실시했다.

사회적 쟁점에 대해 집단적 판단을 취합해 합의를 도출하는 '델파이 조사' 방식으로 교원과 일반직 공무원(행정직), 교육공무직 등 16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돌봄교실 업무의 경우 1차 조사에선 교육공무직이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교원단체들의 주장처럼 학교 밖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타당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차 조사의 결론에 대해 타당성을 조사한 2차 조사를 벌인 결과 참여자들의 의견이 합의된 14개 행정업무를 선별했지만 돌봄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업무를 둘러싸고 교사들과 교육공무직들이 벌이는 아전인수(我田引水, 본인에게만 이롭게 생각) 풍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원단체와 노조는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돌봄을 학교 밖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공무직은 반대하고 있다.

교육공무직은 현재 교육청에 고용돼 있는 상황인데 돌봄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가면 당장 임금과 단체협약을 다시 맺어야 하는 상황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파업이 없었지만 매년 임단협 시기마다 공무직들이 처우 개선과 돌봄교실 이관 반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일은 일상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돌봄과 방과후 등 늘봄학교를 학교 밖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교직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충원에 돌입했다.

내년 1학기부터는 학교에 교무실과 행정실 외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기존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담 인력 배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24일 늘봄학교 관련 성명에서 "2026년까지 전일제학교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방과후 과정 노동자들의 근무여건과 처우를 정책 위상에 맞게 획기적으로 개선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늘봄학교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교원단체의 목소리는 적극 반영하면서, 정작 늘봄학교를 끌고 갈 돌봄전담사와 방과후 강사 등 비정규직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며 "반대하는 집단의 요구만 수용한다면, 우리 또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총 주관으로 김 교수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중에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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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