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동원 공식 사과했다” 우리 정부가 UN에 낸 ‘의견서’다

[강제동원]유엔인권이사회 참석 NGO 대표단이 반박자료 내

▲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지난해 6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7일간의 공식방문 일정을 마치며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과거사 문제를 정부가 대부분 해결했거나 해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납북귀환어부 조작 간첩 사건은 북한이 납치 주체이므로 책임자를 특정할 수 없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과거사 문제 관련 한국 정부의 의견(원문) 중 이런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유엔 인권이사회 한국 엔지오(NGO)대표단은 13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 정부의 의견서를 공개하고 이를 반박했다. 앞서 파비안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진실정의 특보)은 지난해 6월 과거사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공식 방문했고,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을 들어 보고서에 담았다.


엔지오대표단은“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고,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청구권도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짓밟았다”고 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1993년 일본의 ‘고노 담화’를 언급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와 2015년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긴 했지만, ‘국가 범죄이므로 정부 예산으로 배상한다’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협정으로 양국 간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며 비인도적인 강제동원에 대해 배상하라는 한국의 대법 판결 이행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보고서에서 “구제를 위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진실 규명과 배상이 어려운 사안(서산개척단,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 등)에 대해서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로 해결될 것”이라 답변했다.


엔지오대표단은 “정부는 파비안 살비올리 특보에게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 예산과 ‘위안부’ 및 ‘강제동원’ 관련 과거사 대응 예산을 삭감했으며, 공식 사과 등 진실화해위원회가 정부기관에 내린 권고도 대부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위와 같은 과거사 관련 정책의 역행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한테만 책임을 돌리고, 불법 연행을 비롯해 구금, 고문, 간첩 조작, 사찰과 연좌제를 적용했던 남한 정부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한 의견서 내용도 “엉뚱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엔지오대표단은 13일과 14일 유엔 사이드 이벤트 및 제54차 유엔인권이사회 시민사회 구두발언 등을 통해 정부 의견서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관해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 방지 특별보고관은 각 국가를 방문해 해당 국가의 과거사 청산 전반을 살핀 뒤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제기준과 권고를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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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