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혐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구속영장 기각…“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어”

▲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일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 군검찰의 구인영장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중앙군사법원은 1일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지금까지의 수사진행경과, 피의자가 향후 군수사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1시반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 뒤 종료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박 전 단장이 “언론을 통해 허위의 주장을 반복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단장은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관련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군 검찰에 입건됐다. 이에 박 전 단장 측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죄명과 피의사실, 혐의 등을 수사 보고서에서 빼라는 외압이 있었고,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왔다가 군 검찰에 의해 강제 구인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용산 군사법원에 도착한 박 전 단장 측은 군사법원 건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으로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군사법원에서 건물 출입문을 열지 않고 국방부 위병소를 통해 출입조치를 한 후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법원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3시간가량 대치 끝에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을 강제구인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국방부 검찰단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부터 이례적이라 군 검찰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단장의 해병대 동기들도 이날 군사법원 출입문 앞에 해병대 군가인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박 전 단장을 응원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도 박 전 단장의 구속에 반대하는 탄원서 1만7139장을 모아 변호인단을 통해 군사법원에 제출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