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은 어디서 식사했을까…밥값 20억여원 지출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7월5일 서울 용산구 한남클럽에서 ‘의정활동 평가 및 정책개발 보고회’ 명목으로 식사를 하면서 131만2000원을 정치자금으로 썼다. 1회 식대 명목으로 기록된 액수 중 최고액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한민국 최고’를 표방하는 이 클럽은 코스요리가 4만8000원~12만원선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0원 차이로 식대 1회 지출액 2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관련 간담회 식대(김의겸 의원 외 9명)’ 명목으로 서울 원서동 한정식집 모꼬지장에서 131만원을 지출했다. 내역으로 따져보면 1명당 13만원꼴이다.

3일 매일한국이 2022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액을 살펴보니 식사비로 지출한 돈은 20억1280만원으로 전체의 4.6%에 달했다. 의원 모임, 전문가 초청 혹은 기자 간담회, 보좌진 식사 비용 등으로 발생한 식대와 다과 비용을 모두 더한 것이다.

정치자금으로 식대 비용 지출이 있던 의원은 233명이다. 지출액 1위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4441만원을 썼다. 2위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4299만원), 3위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4159만원)이었다. 식사 횟수로만 보면 정동만 의원이 404회로 가장 많았고,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332회), 이동주 의원(298회)이 뒤를 이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이동주 의원은 소상공인 간담회 등 상임위 관련 명목이 많았다. 정동만 의원은 상임위 활동 외에도 지역구와 당내 현안 등 다양한 만남을 가졌다. 전주혜 의원은 당내 현안 업무협의나 대책회의 명목이 많았는데 지난해 하반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된 이후에는 의원간담회가 늘었다.


의원들은 국회 구내식당을 제외하면, 서울 여의도 소재 식당을 자주 찾았다. 방문 횟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1~5위는 가시리(한정식), 화담(일식), 남도마루(한정식), 싱카이&키사라(중식·일식), 차이나플레인(중식) 순이었다. 단순 식사보다는 모임을 위한 식당들이다보니 정식이나 코스 요리가 1인당 수 만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대는 높은 편이다.


호텔 레스토랑도 자주 찾았다. 여의도에 있는 페어몬트앰버서더호텔·콘래드호텔·글래드호텔 외에도 도심에 있는 롯데호텔·포시즌스호텔·웨스틴조선호텔 등이 모임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 대구 인터불고호텔(조명희), 마포 로이넷호텔(장제원), 여의도 글래드호텔(이동주) 등 특정 호텔 식당을 선호한 의원들도 있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모모야마를 찾았다.

반면 지난해 정치자금에서 식대를 일체 지출하지 않은 의원도 76명이나 있었다. 식사비를 쓰지 않았다기보다 개인 경비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스킨십’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 박지원 전 의원 역시 그런 경우다. 박 전 의원은 2018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정치자금으로 쓰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식비는 모두 사비로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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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