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상임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물밑 신경전이 팽팽하다. 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를 개최해 7곳의 상임위원장을 새로 선출한다.
교육위·행정안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예산결산특별위 등 7곳의 상임위원장이 바뀌는데 이중 과방위(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내정)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의 위원장 자리가 민주당 몫이다.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리는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나이가 많은 순으로 배정해 2년 임기를 지내는 게 관례다. 그러나 민주당이 21대 전반기 국회에 17개 상임위와 예결특위 위원장을 전부 독식하면서 관례가 뒤엉켰다. 18명을 채울 3선 의원 숫자가 부족해 장관 출신 의원 3명(도종환·이개호·진선미)에 재선 의원(송옥주·정춘숙)까지 상임위원장에 선출한 것이다. 후반기 국회에선 ‘주요 당직자는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는 관례도 깨졌다. 지난해 7월 국회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청래 위원장은 같은 해 8·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뒤에도 자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은 여야 합의에 따라 이번에 과방위원장은 1년만 하고 물러난다. 그러나 상임위원장은 2년 간 맡는 게 관례라는 이유를 들어 이번에 민주당 몫으로 배정된 행안위원장을 남은 1년간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주요 당직자는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다는 관례는 자신이 깨 놓고, 상임위원장 자리는 2년을 보장해준다는 관례는 지켜야 한다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행안위원장 선출 이슈는 민감한 문제”라며 “박광온 원내대표의 결심에 달렸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 행안위원장만큼 관심이 뜨거운 곳은 예결위원장이다. 예결위원장은 1년 임기지만 수백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심사를 총괄한다. 본인은 물론 동료 의원들의 지역구 숙원 사업까지 챙길 수 있어 자신의 지역구 관리는 물론이고 당내 입지를 키우는데에 큰 보탬이 되는 자리다. 현 예결위원장은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우원식 의원이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상임위원장을 2년 할 거냐 예결위원장을 1년 할 거냐고 물어보면 의원 10명 중 10명은 다 예결위원장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몇몇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예결위원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남은 상임위원장 배치는 정청래 의원의 행안위원장직 수행 여부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내 관측이다. 상임위원장 2년 임기를 못 채운 3선 의원부터, 재선이지만 나이가 많은 의원까지 교육·산자·복지·환노위원장으로 두루 거론된다. 상임위원장 경력이 없는 박범계 의원이 산자위원장을, 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21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을 3개월 만에 그만둔 한정애 의원이 다시 해당 상임위원장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상임위원장 경쟁이 치열한 것을 두고 민주당 관계자는 “그나마 야당 의원이 힘이라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상임위원장”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사업을 유치하기도 용이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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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