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문제도 윤리위 징계 대상 포함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3일 긴급 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록을 8일 예정된 윤리위 징계 심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김기현 대표가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을 윤리위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해 달라”고 공개 요청한 지 5시간 만이다. 정치권에선 각종 설화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태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손절 모드’로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징계 수위와 상관없이 김·태 최고위원의 내년 총선 공천은 어려울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녹취록 의혹은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대통령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태 최고위원 육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태 최고위원은 작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에게 ‘쪼개기’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는 공천 뒷거래 의혹까지 나왔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취록과 관련해선 “과장이 섞인 발언”이라고 했고, 쪼개기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선 “단 하나의 오점도 없이 당당하다”고 했다. 그는 “날 죽이려는 집단 린치가 각 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당 고위 관계자는 “(녹취록에 나온 태 최고위원의) 거짓말로 당의 부담이 커졌다”며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날 김 대표가 당 윤리위에 “일련의 사건들을 병합해 판단해 달라”고 한 것은 사실상 중징계를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JMS 민주당’ 같은 발언으로 오는 8일 윤리위 징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윤리위는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 통일’ ‘제주 4·3은 격 낮은 기념일’ 같은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8일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가는데, 벌써 2명이 ‘정치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당 관계자는 “5·18 이전에는 김 최고위원 징계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8일 윤리위 회의에서는 우선 김 최고위원 징계 수위부터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8일 출범한 김기현 대표 체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권 보조는커녕 각종 사고 뒤처리만 하다 두 달이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특위’ ‘노동개혁특위’ ‘청년정책특위’ 등을 잇따라 출범시켰지만 연이은 ‘지도부 리스크’로 정책 행보 역시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집권당으로서 국민들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공천받는 것에만 급급한 분들이 사고를 치고 있다”며 “운명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나 중앙 정치 이슈를 놓고 언론 인터뷰를 통한 대국민 홍보나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하는 국민의힘 의원 비율이 민주당과 비교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총선까지 조용히 텃밭이나 다지겠다는 마인드가 팽배하다”고 했다. 영남권 한 의원은 “지금 당이 공천 때문에 용산 눈치만 보고 있어, 당내 자정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에도 지지율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금 지지율로 총선을 이기겠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4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도 취소했다. 8일 윤리위 전까지 두 최고위원의 공개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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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