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 감사 9개월 만에 감사원 대심 출석
전 위원장은 이날 감사원에서 진행한 대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의혹을 제보한) 제보자와 (조사과정에서 증언한) 증인이 동일하다면 이는 증거 조작에 의한 조작 감사라고 볼 수 있고, 조작 감사로 수집한 증거는 법률적인 효력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어 “감사위원들에게 이번 감사 과정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수 있고, 감사원이 언론에 피감 사실을 흘린 것은 명예훼손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에 도착해서도 “(감사원이) 감사할 때 비위 의혹의 증거가 나오지 않자 거의 종결하려는 시점에 제보자로 강력히 의심되는 분을 증인으로 둔갑시켜 그 내용으로 수사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작 감사”라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거나 견해차가 큰 사안에 대해 감사 대상자가 감사위원들에게 직접 소명하게 하는 대심 제도에 따라 이날 감사원에 나왔다.
작년 8월 감사가 시작된 뒤 9개월 만에 자신의 입장을 직접 설명한 것이다.
대심은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쯤까지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심 현장에서 전 위원장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권익위 감사 결과를 심의하는 절차에서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 원장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신이 최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황에서 ‘감사위원이 자기가 해당 안건의 당사자이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감사위원에서 제척·회피해야 한다’는 감사원 규칙을 근거로 든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전 위원장과 최 원장 사이에 ‘사적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문제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위원 3명만 참석하는 소위원회가 아닌 7명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전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와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커진 만큼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현직 장관급 인사가 소명을 위해 감사원에 직접 출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9∼2020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 당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심에 출석한 적이 있지만, 이때도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였다.
전 위원장은 이날 낮 12시 50분께 감사원에 도착해 ‘제보자를 증인으로 둔갑, 감사원 조작감사 사죄하라!’, ‘불법·조작 감사 피해자 권익위 직원 징계 철회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10여분간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자신이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감사 요지를 언급, “감사원이 제가 조사받지 않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언론이나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감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전 위원장 근태와 출장비, 유권해석 업무 등을 문제 삼아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또 같은 해 10월 2020년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의혹에 대한 권익위 유권해석을 발표하는 과정에 전 위원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