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들도 ‘워싱턴 선언’ 보도
김여정은 매체 통해 입장문 발표
젊은층·지식인, 주민들도 ‘관심’
“정권 종말 경고에…‘시원하다’”
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신의주에서는 미국과 남조선이 공동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주로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 선언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발표됐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겨냥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한의 핵공격 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후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28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됐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적국(미국) 통수권자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했다며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 수가 없고 자기(바이든 대통령)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는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 지도부가 ‘정권의 종말’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에 집중 비난을 가한 것처럼 북한 주민들도 해당 언급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심을 갖게 된 맥락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소식통은 "특히 지난달 29일에 이어 30일에 또다시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워싱턴 선언’을 맹비난하는 입장문이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에 보도되면서 젊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다"며 "워싱턴 선언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의 관심은 미국이 ‘(북한이) 핵을 쏠 경우 (북한) 정권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미국 대통령의 발표"라고 전했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며칠 전부터 평성 내 젊은 사람들 속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에서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일부 젊은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은 가까운 친구끼리 모이면 남조선과 미국 대통령이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한) 정권 종말을 경고한 것에 ‘시원하다’는 반응까지 보인다"며 "나도 지난 29일부터 오늘(1일) 또 다시 미국과 남조선 집권자들의 워싱턴 선언을 비난한 내용이 (노동신문에) 실려 유심히 보았는데, 그 내용 중에 미국이 (북한의) ‘정권 종말’을 경고했다는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뿐 아니라 일부 일반 주민들도 말을 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우리가 핵을 쏠 경우 ‘정권 종말’을 경고한 ‘워싱턴 선언’에 시원하다는 반응"이라며 "매일 일어나면 밥 한 끼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이 나라 현실에 원한이 쌓여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워싱턴 선언’과 ‘북한 정권의 종말’ 언급에 대한 주민들의 이같은 관심을 억누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이 지난 1일자 4면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가 합의한 ‘워싱턴 선언’이 조작 발표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워싱턴 선언’에 대한 중·러 등 북한 우방국의 비난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여론전에 나섰다고 RF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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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