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약 2시간 30분 동안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지난달 7일 윤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새로 구성된 원내부대표단을 만나 축하하고, 여당 지도부에게 미국 국빈 방문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는 외교나 국방, 경제적으로도 모두 실패한 정부”라며 문 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때 ‘혼밥’ 논란을 빚었던 일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료 인상 압박이 커지는 등 국민 생활을 힘들게 했다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만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안보 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 참석자들에게 핵을 뛰어넘는 경제 대국화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잘 살고 첨단기술을 갖고 있는 경제 대국이 돼야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 강대국이 우리를 무시를 못한다”며 “핵이든 뭐든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 대국화를 위해 첨단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창의 없이는 1등이 안 된다. 우리가 자원이 없으니 첨단과학기술만이 살 길”이라며 반도체·항공우주 등 미국의 우수한 기관과 과학기술 관련 협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개발(R&D) 문제와 관련해 “R&D 투자를 미국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이 더 많이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국회가 이와 관련해 지원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만찬 뒤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방미 성과 중 미국과 R&D 투자 협력에 대해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7~8일 한국을 방문하며 12년 만에 복원될 한·일 ‘셔틀 외교’와 관련해서도 “한·일 관계 물꼬가 트이고 한·미 관계가 다시 그 물꼬를 트고, 또 한·미 관계가 다시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면서 한·미·일 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섰다”고 강조했고 장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에게 “남은 4년 당·정이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자”며 “원내지도부가 대통령실·정부와 협력하면서 원내를 잘 이끌어달라”는 당부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백악관 국빈 만찬 때 부른 ‘아메리칸 파이’와 관련한 후일담도 전하는 등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이날 행사는 3·8 전당대회 직후인 3월 13일 이후 50일 만에 열린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만찬이었고, 지난달 20일 지도부 면담 이후 12일 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보는 자리였다.
만찬엔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장동혁·전주혜 원내대변인 등 신임 원내부대표단이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배석했다. 김건희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메뉴는 소고기·닭갈비 숯불구이와 김치전, 계란찜 등 한식이 주를 이뤘고, 국내 여러 현안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반주는 맥주 한잔만을 곁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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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