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이재명, 법정서 만난 유동규에 "많이 힘들죠?"

이재명, 공판 도중 갑자기 발언권 얻고…유동규 상대 직접 신문
이재명 "'공원, 1000억원이면 된다' 발언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유동규 언성 높였으나 미소 짓고 "그림 그려가며 설명했지 않냐"
성남시청 주무관도 증인 출석…"김문기 별도 일정 모른다" 진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웬만하면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작년 10월 구속 만기로 출소한 후 이 대표에 대한 폭로전을 이어오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차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서 발언권을 얻은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힘들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가 "검찰 진술 내용을 보니 내가 1000억원이 있으면 (사업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남욱에게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1000억원 언급하기 두 달 전에 주민설명회에서 공단 공원화를 위해 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2000억원이 아니라 1500억원으로 알고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신경전은 증인신문 내내 지속됐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에게 "남욱 녹취서에 '1000억원이면 공원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담긴 것으로 안다"며 "이 얘기를 나에게 들었다고 남욱에게 말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웃음을 띄며 "이해가 안 된다.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가 "신년 간담회에서 대장동을 개발하면 3700억원이 남는다. 그래서 2000억원으로 공원을 만들 수 있고, 1700억원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지 않느냐"며 "그런데 공원이 1000억원이면 된다고 했다는게 논리적으로 이상하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유 전 본부장은 언성을 높이며 "몇 평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사거리 부분은 공원으로 만들고, 공원 측면에 부대시설을 지어서 분양하려고 했다"며 "그래서 시장님하고 저하고 이 부분 관련해서 그림을 그려가며 같이 설명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후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그렸다는 그림에 대해 "내가 그렸다는 그림이 뭐였느냐"며 따져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정확하게 말해달라"고 응수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에는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 김 전 처장 등과 동행한 호주·뉴질랜드 출장 실무를 맡았던 당시 성남시청 주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일부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한방을 쓴 것으로 확인됐는데, 당시 골프 등 별도 일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출연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시절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었기 때문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2021년 국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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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