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500억 합의 깨고 ‘안 나가’…사랑제일교회 빼고 재개발?

사업기간 2년, 비용 692억 늘게 돼 현실적으론 어려워

▲ 전광훈 목사.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보상금 500억원을 받고 교회를 이주하기로 했던 전광훈 목사가 결정을 번복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합은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재개발 구역에서 제외한 뒤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공사 기간과 비용이 늘어나 현실화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청은 지난 11일 주동훈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 직무대행이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제척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려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언론의 ‘알박기’ 보도 등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주 결정을 번복함에 따라 사업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지난해 9월 보상금 500억원과 재개발 구역 내 땅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사랑제일교회 이주에 합의했지만, 두달 뒤 받기로 한 부지 측량 오류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다시 교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사랑 제일 교회는 교회가 옮겨갈 부지의 면적(735평)이 측량 오류로 현재 교회 부지 면적(813평)보다 축소돼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면서 조합 쪽에 문제제기를 하고, 보상 방안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조합 뜻대로 사랑제일교회가 빠진 재개발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비계획 변경을 위해선 다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여기에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조합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합은 이미 지난해 교회 부지를 빼고 재개발하는 계획을 검토했지만 사업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조합 쪽 자료를 보면,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 합의를 했을 때보다 사업기간(준공시점 기준)은 최대 2년, 사업비용은 692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조합원의 이주비 및 중도금, 사업비 대출 이자 등이 큰 폭(985억원→1245억원)으로 증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조합의 대출 이자가 계속해서 늘어나 손해가 커질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향후 분양가를 올려 이를 만회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땅 문제가 해결될 경우 다시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우리는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합의 내용대로 알박기란 비판에 대해서) 조합이 명예 회복도 안 시켜주고, 대토 부지가 왜 줄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이 없었다”며 “전광훈 목사도 화가 나서 얘기했지만, 조합이 합의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장위10구역에 있던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가 산정한 감정가(82억)의 6배가 넘는 536억원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해왔다. 이후 재개발 조합 쪽이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1·2·3심 모두 패소하고도, 신자들을 동원해 6차례나 강제집행을 막으며 버텼고 결국 500억원에 이주를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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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