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의 9줄짜리 반성문…“분량도 필체도 성의 없다”

2018년 민사고 학폭위에 2차례 서면 사과문 제출
학폭위 회의록에도 “정성이 전혀 안 들어가” 지적

▲ 정군이 민사고 학폭위에 제출한 첫번째 사과문. 민형배 의원실 제공.
학교폭력 가해자인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9줄짜리 부실 사과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무소속 의원실이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군은 지난 2018년 자신이 재학 중이던 민족사관고등학교 학폭위에 모두 2차례 서면 사과문을 제출했다. 정군은 첫번째 사과문에 “피해자가 집에 돌아간 후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는 알게 됐다”며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어 “한때 꽤 친한 친구 사이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가 피해자에게 배려하지 않고 했던 말들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의 언어습관을 돌아보고 많이 반성했다. 진심으로 다시 한 번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글을 끝맺었다.


정군은 동급생을 상대로 1년 가까이 폭언과 집단 따돌림을 하는 등 학폭을 가해 2018년 3월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 변호사와 정군이 재심과 행정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가 미뤄졌고, 1년여 뒤인 2019년 2월이 돼서야 전학 조처됐다. 정군의 첫번째 사과문은 학폭위가 처음 열렸던 2018년 3월22일과, 강제전학 처분에 불복해 재심이 이뤄진 5월28일 사이에 작성된 것이다.

정군의 첫번째 사과문은 9줄짜리로 A4용지를 3분의 1 정도 채운 분량에, 글씨도 날림체로 휘갈겨 쓴 모양새라 학폭위원들 사이에서도 “성의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학폭위원들은 “서면 사과의 양이나 필체를 보면 정성이 전혀 안 들어가 있는 듯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A4용지 3분의 1 정도로, 제대로 된 서식 없이 써 가지고 왔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교육청도 “최초 작성한 사과문 내용이 부실해 (정군이) 재작성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군은 그해 8월15일 사과문을 재작성해 다음날인 16일 담당 교사에게 최종적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두번째 반성문에서도 “너에게 어떤 해를 끼치고자 그랬던 것은 아닌데 너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니 정말 미안하다” “(나도) 한동안은 마음이 힘들어 잠을 자기도 힘들고 몸이 아프기도 했다”고 써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군 쪽이 제기한 학폭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기각한 1심 재판부는 “정군은 사건 발생 이후 ‘별명을 부른 것에 불과하다’, ‘피해 학생에게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 등의 이유로 학교폭력을 부인하고, 가장 경한 조치인 서면 사과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본인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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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