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왕산에서 대응 2단계 산불
산불 번지며 인근 주민·등산객 대피
“경찰이 대피시켜 맨 몸으로 대피”
대전·홍성 등 전국서도 산불 계속
서울 인왕산에서 2일 축구장 약 20개 면적의 임야(약 15.2㏊)를 태우는 큰불이 발생해 등산객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했다. 대전과 충남 홍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소방청은 긴급중앙통제단을 가동하고 직원 비상소집을 발령했다. 전국에 건조특보가 발효된 이날 기온까지 올라 습도가 더 낮아졌고 바람까지 세게 분 것도 산불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3분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근 인왕산 6부 능선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낮 12시 3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20여분 만인 12시 51분 2단계로 격상했다가 오후 5시 8분쯤 큰 불길이 잡히면서 1단계로 다시 낮췄다. 진화 작업에는 헬기 15대와 소방관 437명 등 총 2558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인왕산 능선에서 발생한 화재에 인근 하늘은 흰 화재 연기로 뒤덮였고 소방헬기가 연달아 소화수를 날랐다.
불이 성덕사 약수터와 세진암 부근으로 번져 인접한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주민 120가구가 홍제동 주민센터와 인왕중 등으로 급히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미마을의 가장 꼭대기 집에 거주하는 서모(74)씨는 “풀을 뽑으려고 나왔다가 경찰이 빨리 대피하라고 해서 가스통만 분리하고 휴대전화도 못 챙긴 채 빠져나왔다”며 발을 굴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부암동 주민 심모(86)씨는 “이 동네에 30년 넘게 살았는데 인왕산에서 산불이 이렇게 크게 난 건 난생처음”이라며 “지난해 청와대가 개방되고 인왕산 진입로가 추가로 열렸는데, 날씨가 풀리며 등산객이 많아진다 싶더니 결국 사달이 났다”고 안타까워했다. 등산객 박희철(54)씨는 “북한산에서 인왕산으로 넘어가는 코스로 등산을 왔다가 경찰이 등산로를 통제해 북한산 둘레길로 그냥 내려왔다”고 말했다.
홍성 서부면의 한 산에서도 오전 11시 3분쯤 큰불이 발생했는데 순간 풍속 11m의 강풍이 부는 데다 날씨까지 건조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당국은 오후 1시 20분쯤 산불 3단계로 격상했다. 현재 파악된 인명 피해는 없으나 인근 민가 14채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도 산불이 나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인근 요양원 입소자 포함 40여명과 주민 300여명 등 총 340여명이 대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림청과 소방청을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관계부처는 헬기, 인력 등 가용 자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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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