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거의 잃었다"…'루나 사태' 권도형, 비트코인 빼돌려 1300억 현금화

비트코인 1만개, 콜드월렛에 보관 후 스위스 은행 활용…티몬 前 대표도 '불똥'

▲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야후파이낸스 캡처]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로부터 적색수배를 받는 가상화폐 테라USD(UST)·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공동창업자 권도형 대표가 비트코인 1만 개 이상을 빼돌려 현금화하고 이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권 대표는 UST가 미 달러화와 1대1 교환 비율을 유지한다고 광고했지만, SEC는 이를 거짓이라고 결론 지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미국연방법원에 고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권 대표는 비트코인 1만 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암호화폐 저장소)'에 보관해 왔으며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이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 현금으로 전환해왔다.


이날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2만4천 달러 수준이다. 비트코인 1만 개는 2억4천만 달러 가량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3천120억원에 달한다.

SEC는 권 대표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스위스 은행에서 1억 달러(1천300억원) 이상을 인출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다만 스위스 은행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권 대표는 지난해 6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락 사태로 자신도 코인 재산을 거의 잃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내 행동과 말은 100% 부합했다"며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사기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권 대표는 무기명증권을 제공, 판매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등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인터폴은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권 대표에 대한 적색수배 명령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19일에 우리 정부가 권 대표의 여권을 무효화 조치했지만, 권 대표는 싱가포르, 두바이를 거쳐 지난해 말 세르비아로 체류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티몬까지도 불똥이 튄 모양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14일 티몬 전 대표 A씨와 테라 관련 금융권 로비를 맡았던 브로커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각각 배임수재와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8∼2020년쯤 A씨가 티몬 이사회 의장이었던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로부터 '티몬에 테라를 간편결제 수단으로 도입한다고 홍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루나 코인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도형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 전 대표는 사전 발행된 루나를 보유하다가 고점에서 매도해 1천4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테라·루나를 홍보하는 데 차이코퍼레이션의 고객정보와 자금을 써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말 신 전 대표와 초기 투자자, 테라·루나 기술 개발 핵심 인력 등 관계자 8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티몬 전 대표 A씨와 브로커 B씨 역시 구속영장은 일단 이날 모두 기각됐다.

이에 대해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신 전 대표가 이들에 업무에 관한 불법이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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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