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도 한물갔다”... ‘인맥 다이어트’에 빠진 MZ들

메타버스로 본 미니멀리즘

▲ 본디 플로팅 기능/본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떠나 아바타를 띄워 놓고 교류하는 메타버스 앱 ‘본디’로 옮겨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 싸이월드처럼 자신의 아바타와 방을 꾸미고, 아바타를 이용해 친구들과 대화한다. 친구 숫자를 과시하는 여타 소셜 앱과 달리, 맺을 수 있는 친구가 50명으로 제한된 것도 특징이다. 정말 친한 사람들만 초청할 수 있는 이른바 ‘찐친’(진짜 친구) 앱으로 통한다.


작년 10월 출시돼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으면서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밀레니얼+Z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기성세대도 본디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본디가 뭔디”와 같은 아재 개그가 유행할 정도. 제페토, 로블록스 등 기존 메타버스는 10대의 놀이터였던 것과 달리, 본디는 20~30대를 중심으로 처음 인기를 끌었고, 여기에 ‘싸이월드’의 추억을 가진 40대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건설 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43)씨는 “사무실에서 본디가 유행이라는 걸 듣고 가입했다”며 “후배들 때문에 시작했는데 방 꾸미는 재미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지난 10일부터 18일, 애플 앱스토어 기준 4일부터 17일까지 국내 무료 앱 마켓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글 앱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을 넘겼다. 다만 최근 일각에서 개인 정보 유출 논란이 일면서 증가세는 무뎌지고 있다. 본디 제작사인 싱가포르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과거 중국에서 만든 메타버스 앱 ‘젤리’를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본디 측은 “유저들의 개인 정보를 안전히 보호한다”며 앱 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팔로어 자랑 대신 ‘디지털 디톡스’ 찾는 사람들


본디 열풍은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독소 배출 요법)’로 이해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달리, 허락된 소수만이 타인의 ‘방’에 들어갈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는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인맥 다이어트’를 위해 본디를 이용한다는 이가 많다. 소셜미디어에서 받은 피로를 최소화하려는 욕구가 반영됐다. 친구 숫자가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검색하는 기능도 없어 현실 속 친구들에게 일일이 초대장을 보내 친구를 맺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치 1인 가구가 사는 원룸처럼 아바타가 거주하는 방 크기도 현실 기준 약 3~4평 정도로 가구 서너 점 넣고, 사진을 담은 액자를 벽에 걸면 방이 꽉 찬다. 꾸미기 스트레스도 그만큼 덜한 일종의 ‘미니멀리즘(minimalism·간결화)’이 반영된 것. 넓은 방을 어떻게 채우고 꾸밀까 끊임없이 고민했던 싸이월드와 달리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화두다. 유튜브에서 많이 먹는 것을 과시하는 ‘먹방’ 대신 적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소식좌’가 유행하고, 얼마나 돈을 안 쓰고 살 수 있는지를 겨루는 ‘무지출 챌린지’ ‘미니멀 라이프’ 같은 키워드의 글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많은 이가 이제 각자 취향대로 문화를 소비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에 가능한 현상”이라며 “크고 많은 것을 추구하는 맥시멀리즘이 주는 피로감이 커질 때마다, 미니멀리즘은 언제든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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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