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설날 특집으로 방송된 ‘TV쇼 진품명품’에는 국보급 수준의 진품 고려청자가 등장했다. 아가리가 좁고 어깨는 넓으며 밑이 홀쭉하게 생긴 ‘매병’ 형태로 화려한 비색(翡色)에 뚜껑까지 온전하게 보관된 모습이었다. 의뢰인은 “박물관을 준비 중인 집안 어르신의 소장품”이라며 “뚜껑이 보존된 청자의 가치와 문양의 의미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영 도자기 감정위원은 “틀림없이 고려시대에서 만든 작품이다. 높이는 대략 44㎝ 정도의 대형 매병이고 뚜껑이 함께 있어 아주 귀한 도자기”라며 “보통 매병에는 술, 차, 물 등 액체류를 보관해서 사용했다. 기름이나 꿀 같은 귀한 음식을 담았다는 기록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세밀하고 은은하게 새겨진 연꽃 문양이었다. 김 위원은 “연꽃은 불교가 유입된 삼국시대부터 각종 조형물에 쓰였던 문양이다. 특히 고려시대 불교문화가 성행했기 때문에 대표적 불교양식인 연꽃이 청자 주요 문양으로 자리 잡았다”며 “뚜껑에도 연꽃잎을 섬세하게 새겨 넣었다”고 말했다.
청자의 어깨와 하단에는 흘러가는 구름 모양을 형상화한 유운문(流雲文)이 새겨져 있었다. 구름은 비를 만들어 만물을 자라게 하는 근원으로, 예부터 장수를 상징했으며 십장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위원은 “구름은 높은 하늘에 떠 있다. 최고를 상징하는 권위와 위엄을 뜻하고 높은 지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구름 운(雲)과 운수 운(運) 자의 음이 같아 길운을 가져다주는 길상문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자를 만드는 데는 음각 기법이 사용됐다. 뾰족한 도구로 표면을 긁어 문양을 그리는 방식이다. 도자기 표면에 파인 문양 형태가 돌출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제작 연대도 추정해볼 수 있다. 음각기법이 많이 사용된 때는 11세기 후반부터 12세기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은 청자의 형태, 빛깔, 문양, 기법, 크기의 희소성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최상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취색을 내려면 유약 성분이나 철분 함유량, 가마 온도 등을 본다. 섭씨 1250~1300도를 잘 맞춰야 하는데 아주 숙련된 도공도 제작하기 힘들다”며 “비슷한 수준의 매병 형태가 전남 강진에서 제작됐는데 아마 왕실용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날 매겨진 추정 감정가는 25억원이다. 2015년 5월 1000회 특집에서 공개된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채색신유본’ 추정 감정가와 동일하다. 이는 해당 방송 역사상 가장 비싼 감정가다. 김 위원은 “한눈에 봐도 기품 넘치고 아름답다. 국보 제254호인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 매병, 국보 제97호인 청자 음각 연화 당초문 매병과 상당히 흡사하다”며 “제작 수준이 아주 완벽하고 보물·국보급 수준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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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