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원장은 14일 밤 10시 30분께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전부터 국정원에는 ‘삭제’라는 게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오늘 수사를 하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며 “중대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그동안 국정원의 모든 문건이 메인 서버에 기록이 남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사건 당시 실제로 삭제된 문서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재차 국정원 직원들에게 사건 관련 문서나 보고서를 지우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직원들에게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삭제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 언급이 있었나’라는 물음엔 “전혀 안 나왔다”고 답했다.
박 전 원장은 검찰 조사가 끝난 후 페이스북에 “12시간 30분간 검찰 조사를 강도 높게 받고 나왔다”며 “정중하게 조사해주신 검사님, 수사관님께 감사드리며 부장 검사님께도 감사드린다. 저는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취재진에 밝힌 취지와 동일하게 삭제 지시를 내렸거나 받지 않았으며, 국정원 문서 삭제가 불가능한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이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올해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 피격 다음 날인 23일 새벽 1시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 뒤 서훈(구속 기소)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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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