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남이주민센터에 따르면 파키스탄 카라치 소재 인두스병원 간호사 팀장인 무하마드 샤비르(남·29)씨는 형제, 친구와 함께 한국을 여행하던 중 본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핼러윈 축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참사 당일 저녁 이태원을 찾았다.
샤비르 씨는 눈앞에서 갑자기 발생한 참사에 당혹했지만 현장에서 직업정신를 발휘해 쓰러진 수십 명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4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한 친구도 부상을 당했지만 더 심각한 사람들부터 먼저 구조했고, 친구는 마지막 순서로 응급의료 처치 후 함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것으로 구조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때가 새벽 5시 무렵이었다고 한다.
샤비르 씨의 선행은 해외에서 먼저 알려졌다.
해외 언론과 네티즌들은 그를 '유니폼 입지 않은 천사'로 부르거나,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경전의 말씀을 실천한 사람' 등 찬사를 보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지난 19일 저녁 샤비르 씨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있는 파키스탄·인도 음식점으로 초대했고, 한국 국민을 대표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엔 파키스탄 이주민 50여 명도 참석해 축하와 격려의 시간을 함께했다.
샤비르 씨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심폐소생술을 해도 숨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필요해 주변의 경찰과 구급대원들에게 소리를 쳤지만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샤비르 씨의 선행을 확인하고 표창을 하거나 감사를 표했으면 좋겠다. 생사의 현장에 있었던 샤비르 씨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보상이나 지원 방안도 강구했으면 한다"며 "내달 귀국할 예정이라고 하니 서둘러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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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