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준예산 사태' 오나…예산안 둘러싼 여야 공방 격화

주호영 "예산 칼질을 통한 대선 불복
도 넘어…더 이상 몽니 부리지 말라"
박홍근 "본격 심사하기 전에 준예산
운운하나…오만·독선의 국정운영"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각각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을 놓고 여야 간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삭감이 대선 불복에 해당할 지경이라고 비판했으며, 민주당은 예산심사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거론하며 겁박한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잃어버린 5년에 대해 조금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은 채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며 "민주당의 예산 칼질을 통한 대선 불복이 도를 넘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주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 현황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나 정부 주요 과제와 관련된 예산 중 무려 1000억 원이 넘게 감액되거나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며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은 3조4000억 원 가량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개방 활용 관련 예산, 용산공원 개방 예산과 대통령실 이전 관리 예산도 대부분 삭감을 주장했다"며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켜내지 못한 탈(脫)청와대 공약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뤄낸 게 아직도 못마땅하고 배아픈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용산공원 관련 예산은 문재인정부 때도 편성된 것인데 어이가 없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니,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말라"고 다그쳤다.

정치권에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내달 2일인 법정 처리시한은 물론 올해 말일까지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 나오는 우려다.

이날부터 예결특위 예산조정소위에서 예산안의 본격 심사가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각 상임위에서 삭감된 국정과제 예산을 예산소위에서 되살리겠다는 복안이지만, 예결위원장이 민주당 몫인데다가 15명으로 구성되는 소위도 민주당 9인, 국민의힘 6인으로 숫적 열세에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가 이달말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 원안이 내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정부안은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에 의해 부결될 것이 확실시되며, 그 이후로도 말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같은 준예산 우려에 대해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안을 본격 심사하기도 전에 준예산 운운하며 설쳐대는 정부·여당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느냐"며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인정하지 않고 오만과 독선의 국정운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국회 예산안 심사 전에 준예산까지 연동한 비상계획을 검토했다고 한다"며 "집권여당 정책위의장도 준예산을 거칠게 언급하면서 대통령실의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안 심의를 놓고 정부·여당이 보이는 행태가 목불인견"이라며 "원활한 처리 노력은 하지 않고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려 벌써 준예산부터 언급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정략적"이라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준예산 사태가 오지 않도록, 그리고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예산심사에 전향적으로 임해 야당의 정당한 목소리를 반영해주면 될 일"이라며 "국민의힘도 대통령실 눈치만 보지 말고 집권여당답게 혈세 낭비성 예산 삭감, 초부자 감세 저지에 동참해달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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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