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가 명단 공개하라 했잖나”… 민주당 후폭풍

거리두기 속 민주당 내부서도 비난

야권 성향 인터넷 매체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둘러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패륜 프레임’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리가 공개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시민언론 민들레’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유족 동의가 필요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족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이재명 대표도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얘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민주당에서 공개한 것은 아니다”며 “유족 동의를 전부 다 받았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러면서도 명단을 먼저 공개하지 않은 정부를 향해 역공을 펼쳤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화재 참사에선 소방 당국이, 세월호 참사에선 해경 당국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왜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수사에서 누가 이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의 섣부른 발언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3선 중진인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와 일부 매체의 태도로 유가족의 고통은 더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유족 동의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 대표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한 것이 시민사회에 일종의 ‘시그널’이 된 것 아니냐”면서 “만에 하나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는 과정에 민주당이 개입한 흔적이라도 나온다면 지금껏 공들인 국정조사나 특검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명단 공개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국면 전환에 주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해당 매체는) 유족의 뜻을 확인하고 공개하는 기본 중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일단 공개할 테니 원치 않으면 사후에 연락하라’는 태도를 취했다”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정치의 탈을 쓴 가장 비열하고 반인권적인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로 인한 2차 가해에도 찍소리 안 하고 있던 민주당이 이제는 직접 이태원 희생자 추모공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면서 “처음부터 희생자나 유족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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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