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태풍 힌남노] 역대급 위력에 산업계 초긴장···내일 조선·철강이 멈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태풍
안전사고 방지 차원 6일 조업 중단
직접 영향권 부울경, 집중 대비 태세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4일 부산항 5부두가 대피한 선박들로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국내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맞는 첫 태풍이어서 산업계는 집중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예견된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안전사고 방지에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힌남노'가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된 만큼 6일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포스코도 이날 제철소 직원들에게 6일은 '잠정 조업 중단'이라고 통보했다.

당초 이 기업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5~6일 정상근무 방침이었으나, 무리한 조업 강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전면 중단 또는 잠정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치 미비 등으로 인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힌남노의 경우 이미 기상청을 통해 여러 차례 그 위험성이 경고됐으며, 태풍 상륙에도 작업을 지시한 행위는 산업재해 발생을 예측가능함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조선·철강업계 외에도 힌남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기업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여수·울산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및 정유공장 등도 야외 조업 중단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태풍의 영향권인 남해와 동해 인근의 공장이나 사업장을 가진 기업들은 태풍 대비에 한창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2일부터 수출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등 5000여대를 안전지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 배수 취약 지역을 확인하고 있으며, 각 공장 정전에 대비해 전기점검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울산 지역 석유화학업체들은 전날 오후부터 원유선과 제품 운반선 등의 입항을 금지했다. 여수산단 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와 GS칼텍스 등 정유업계도 바람에 날릴 만한 시설이나 구조물들을 점검하는 작업을 마친 상태다.

힌남노가 직접 상륙하는 거제시 내 조선 3사는 어느 기업보다 분주하다. 조선3사는 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실시간 기상 분석과 태풍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매뉴얼까지 준비했다. 또 유해·위험물질을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고 침수·붕괴 등에 대비한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 해상크레인 및 이동 가능한 건조 중인 선박의 피항 준비 지시도 내린 상태다.

한국조선해양에 근무 중인 관계자는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대형에탄운반선(VLEC)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험이 있다.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특히 태풍이 상륙하는 당일에는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직원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 항구의 대형선박들은 선박 간 충돌을 피하고자 거리를 벌리고 이중삼중으로 닻을 내렸다. 소형 어선들은 부둣가로 대피했으며, 이보다 작은 어선들은 크레인을 통해 육지에 올려두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힌남노의 진입경로가 2003년 태풍 매미와 유사할 것으로 보고, 당시 피해가 컸던 항만, 선박 등을 중점으로 태풍 상륙 대비를 하고 있다.

부산항에 배를 정박시킨 해운업계 관계자는 “작은 배들이야 부두로 대피한다고 하지만 대형선박들이 파도나 바람에 밀려 충돌을 하게 되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바람의 방향 등을 고려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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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