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대전 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 잡혔다.

권총은 망치로 부숴 나눠 버려

▲ 21년 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 현장감식 모습. 연합뉴스
21년 만에 범인이 잡힌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은 이승만(52)의 주도 아래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총을 구하기 위해 순찰 중인 경찰관을 차로 치고,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에 총을 쏜 것은 이승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달 25일 붙잡힌 후 혐의를 부인하던 이승만은 전날 심경의 변화를 보인 뒤 이날 오전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했다. 프로파일러 투입과 공범인 이정학(51)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는 것을 인지한 후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만은 자신이 범행을 계획한 후 이정학을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차량을 차량으로 막아선 뒤 저항하던 김모(당시 45세) 출납 과장에게 실탄을 발사해 살해하고서 현금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를 받고 있다.

이승만은 범행 두달 전인 2001년 10월 15일 대전 송촌동의 한 골목에서 순찰을 돌던 경찰관을 차로 쳤다. 경찰관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이정학을 시켜 38구경 권총을 강탈했다.

이들은 애초 은행에 들어가 돈을 뺏으려 했지만, 현금수송차량을 터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다.

이승만 등은 수일 전부터 이 은행 현금수송차량이 들어오는 시간 등을 확인하고 지하 주차장도 미리 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당일 전날 경기도 수원에서 탈취한 검은 그랜저XG 차량을 직접 운전한 이승만은 은행 직원 김모씨에 총을 쏴 사망케했다. 이승만은 당시 “죽일 의도는 없었고 직원이 허리춤에 있는 가스총에 손을 대 정신없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승만은 당시 권총에 장전돼있던 공포탄 1발과 실탄 4발 등 5발을 다 쐈다고 했다.
직원이 쓰러지자 이정학이 현금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났다. 이들은 300m를 이동해 둔산동의 한 미용실 지하 주차장에 미리 주차해놓은 흰색 중형차를 타고 다시 갈마동의 한 상가 주차장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범행 후 도주 경로와 빼앗은 돈의 배분 시기 등 일부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갈마동의 한 상가 주차장 이후 도망친 경로에 대해 이승만과 이정학의 말은 다르다. 이승만은 돈이 든 가방을 들고 다시 자신의 차로 갈아타 동구의 야산에 권총과 함께 묻었다고 했지만 이정학은 흰색 차에서 내린 후 둘이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이동, 대구로 갔다고 한다.

각각 나눈 돈의 액수에 대해서도 진술에 차이가 있다.


이정학은 현금 3억원 중 이승만이 2억1000만원, 자신이 9000만원을 가져갔다고 했지만 이승만은 5대 5로 나눴다고 했다. 이승만은 1억5000만원을 주식 투자로 탕진했다.
범행에 쓰인 권총은 이승만이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승만은 대전 동구의 한 대학 야산에 묻었다가 2008년 다시 꺼내 망치 등으로 깨부순 뒤 여러 군데에 나눠 버렸다고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이승만은 “불법 복제 테이프 도매업을 하던 중 두 번이나 단속되면서, 사회에 불만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잇따른 단속으로 생계에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정신없이 총을 쐈고, 은행 직원이 숨진 것은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경찰에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다른 공범 없이 둘이 저지른 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승만까지 범행을 인정하면서 경찰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성선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등 열악한 21년 전 상황을 다시 되살려 수사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유전자와 둘의 진술 등 증거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강도살인 혐의로 2일 검찰에 송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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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