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계승"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에 봉납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말씀 없어"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며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으로 ‘과거사 직시-미래 지향’ 공존을 강조한 의미가 선언이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항일 독립운동에 대해선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정신에서 보는 바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면서 “독립운동은 끝난 것이 아니다. 공산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
이날 기시다 총리눈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료(料)를 봉납했다고 교토통신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봉납은 ‘자민당 총재’ 명의로 이뤄졌으며 기시다 총리가 사비로 비용을 충당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 담당상과 아키바 겐야 부흥상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 현직 각료의 참배는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3년 연속 이어졌다.
하기우다 고이치 집권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이날 오전 참배하고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냈다. 그는 경제산업상을 지내다가 이달 10일 개각에서 당 정무조사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내각 구성원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일제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행위로 해석되며 한국이나 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마찰을 낳는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도조 히데키(1884∼1948)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는 왜 언급 않나”
한일의 최대 난제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이다. 정부는 지난달 이 문제를 논의하는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상황이 닥치기 전에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4년 7개월 만에 일본을 양자방문하는 등 일본과 고위급 소통 물꼬를 텄다.
반면 이런 노력이 피해자와 일본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해법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피해자 측은 두 차례 민관협의회 참여 후 협의회에서 빠졌고, 일본은 사죄와 대위변제 참여에 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두고 “어떻게 광복절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얘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말씀은 한마디도 없으신가”라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할머니는 “일본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명예를 짓밟더라도,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한가. 그것이 자유와 인권, 법치를 존중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먼저”라며 “이 세대가 다시 한번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윤 대통령에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달라고 요청하며 “그것이 오늘 말씀하신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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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