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경찰서장 집단행동···주동자 대기발령에 거센 역풍
지휘부 "복종의무 위반" 초강수
일선경찰 반발, 2차회의도 검토
"집단행동 부적절" "警장악 시도"
정치권도 가세 '태풍의 눈' 부상
24일 경찰 내부는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 대기발령 사태에 대한 공분으로 격앙됐다. 류 서장은 강제해산 지시에도 총경 회의를 끝까지 이끌어 국가공무원법 상 복종의 의무를 어겼다며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류 서장은 23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총경회의를 주도한 뒤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찬성 의견은 ‘1’도 없었다”며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이고 장관의 통제를 받는 방식도 과거로 회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료 총경들은 경찰 내부망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 사실을 자진 신고하며 “나도 대기 발령시켜달라”, “명단 파악할 필요 없다. 나도 참여했다”와 같은 글을 올렸다.
류 서장을 ‘본보기’로 세워 경찰 내부 반발 여론을 잠재우려던 정부의 계획이 일단 엇나간 모양새다. 경찰 지휘부가 류 서장에 대한 징계에 나서자 동료 총경들이 2차 총경회의를 검토하며 맞불작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 경찰서장은 “류 서장을 대기발령하면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류 서장뿐 아니라 총경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총경들은 이미 징계를 각오하고 나섰다. 류 서장 징계에 대한 중지를 모으기 위해 2차 총경회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 서장을 대기발령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 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십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며 "대기발령을 정상발령으로 바로잡을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물러나시길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벌써 ‘식물 경찰청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전부터 윤 후보자는 안에서는 경찰 내부조직원들의 비판을 받고 밖에서는 경찰 조직을 통제하려는 행안부 등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며 “사실상 정부와 입장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윤 후보자는 경찰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내부 통제력이 크게 상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실과 정치권까지 참전하며 사태는 확산 기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을 35년 한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경찰 지도부가 명확하게 시작 전, 시작 후 해산 지시를 했고 명백하게 지휘를 어긴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을 강하게 성토했고 야당은 “경찰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며 맞섰다.
경찰 통제를 주도해 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 경찰관들을 이끄는 경찰서장들의 집단 행동이 14만 경찰 조직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달 2일 경찰국 출범을 강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총경회의를 기점으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나 탄핵을 예고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에는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 탄핵소추 등을 거론했다. 25일부터 시작되는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의 대국민 홍보전도 경찰 지휘부와 정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협은 25일 서울 용산역과 서울역 일대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경회의와 이를 강경 진압한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끓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는 경찰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적었지만 총경회의를 시작으로 급격히 커지고있는만큼 경찰국 반대 운동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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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