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는 전날부터 이틀 연속 파행을 거듭했고 다음 달 2~3일 다시 열리는 것으로 일정을 재조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가 부동산 거래 내역·김앤장 고용계약서·배우자 미술품 거래 내역 등 검증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청문위원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새 정부 총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공정과 상식의 잣대로 꼼꼼하고 철저하게 후보자 관련된 의혹이나 이런 부분을 검증하라는 것을 국회의 책무로 맡기셨다"면서 철저한 검증을 다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측 요구가 어떻게든 새 정부를 흠집 내려는 정략적 목적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총리 후보자들이 자료를 200~300건 제출한 것과 달리 한 후보자는 이미 1000건 넘는 자료를 제출했으며, 야당이 요청한 40년 전 부동산 거래 내역과 50년 전 월급 내역서 등은 무리한 요구라는 반박이다.
최형두 의원은 "있을 수 있는 나쁜 악재들은 모두 한꺼번에 몰려오는 퍼펙트스톰 같은 상황에서 국가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위기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자, 그런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해서 초당파적인 협력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에 협조를 당부했다.
여기에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으로 간신히 봉합되는 듯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논란도 국민의힘이 사흘 만에 태도를 번복하면서 오히려 더 악화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신구 권력 간 충돌'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전날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중재안이 잘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윤 당선인은 26일 민생 현장을 둘러보며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 준수·헌법 가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수완박' 반대 의견과 재협상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여야 간 첨예한 갈등 속에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처리할 '골든타임'은 사라지고 있다. 대선 기간 여야 공통 공약이었던 50조원 규모 코로나19 피해 보상은 30조원 규모로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당장 이뤄질 것 같던 대규모 부동산 공급도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신중론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6‧1지방선거라는 '지방권력 결정전'을 앞두고 의회권력(민주당)과 행정권력(윤 당선인 측) 간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여야가 민생을 뒤로하고 정쟁만 계속 이어간다면 결국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우며 '국회 혹은 정권 심판' 목소리를 크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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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