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녹지원 걸으며 "극찬 하셨던 곳", 윤 "대통령님 모시고 회의한 기억 난다"

문, 집무실 여민1관 앞에서
참모와 함께 윤 당선인 맞아
탕평채 등 만찬에 적포도주
과거 인연 주제로 화기애

문, 넥타이 선물 “성공하길”
윤, 헤어지며 “건강하시길”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28일 만찬 회동은 2시간36분 동안 진행됐다. 대선 후 19일 만인 역대 가장 늦은 만남이다. 이는 2007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회동 때의 2시간10분을 뛰어넘은 가장 오랜 회동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6시쯤 청와대 회동을 시작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동석했다. 식사 메뉴로 봄나물비빔밥, 탕평채 등 통합을 상징하는 음식들과 해산물 냉채, 해송 잣죽, 한우갈비, 더덕구이 등 지역 특산물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적포도주를 반주로 한두 잔 곁들였다.

회동 형식은 당초 지난 16일 무산됐던 때와 달리 독대에서 배석자를 두는 자리로, 오찬에서 만찬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편치 않은 관계를 감안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8분 유 비서실장 등 참모들과 청와대 여민1관 앞에 나가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잠시 뒤 윤 당선인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도착했고, 문 대통령은 손을 내밀어 윤 당선인과 악수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가벼운 목례 후 문 대통령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청색 넥타이를, 윤 당선인은 분홍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넥타이 색은 각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상징색과 유사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보다 두어 걸음 떨어진 채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에 있는 소나무, 매화나무, 산수유나무 등을 설명하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문 대통령은 “여기(녹지원)가 (윤 당선인이)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셨던 (곳)”이라며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본관,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윤 당선인은 “이쪽 어디에서 대통령님 모시고 회의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이후 21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두고 “청와대에는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며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후 청와대에 한발도 들이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에게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회의 장소로 활용되는 상춘재의 의미와 유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네”라고만 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녹지원 전경을 바라본 뒤 오후 6시3분 상춘재로 들어가 본격적인 회동에 돌입했다. 이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 웃음기 띤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비공개 회담 분위기에 대해 장 실장은 만찬 종료 후 브리핑에서 “두 분이 흉금 없이 과거 인연을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눴다”며 “두 분의 의견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키우는 반려견 이름이 ‘토리’로 같은 것을 소재로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헤어지면서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기를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이 상춘재에서 나온 시간은 오후 8시48분이었다. 추가 회동 일정은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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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