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규탄·옹호' 집회 동시 개최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는 서로 다른 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 20m를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규탄하는 집회와 옹호하는 시위가 동시에 열린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청계광장 앞에는 보수단체들이 속속 모였다. 이들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천안함 폭침 12주기 용사 추모식을 마친 자유연대·구국동지회와 합세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쳤다.
비슷한 시각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 역시 청계광장 앞으로 모여 윤 당선인을 규탄했다. 당초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서 ‘불법불통 윤석열 규탄 시민행동’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보수진영 측에서 점거를 이어가자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약 20m 거리를 두고 각자의 외침을 이어나갔다. 윤 당선인 규탄 집회 진행을 맡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뒤로 되돌리고 있다”라며 “정부가 바뀐다고 해도 통합과 평화의 길은 포기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은주 진보당 강북위원장 역시 “여성가족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없이 폐지를 논한 것은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선거 전략이었다”라며 “대통령 후보가 사회 통합 대신 여성혐오를 조장했다”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각각 노란 종이에 ‘검찰개혁’ ‘여가부 폐지 결사반대’ 등의 문구를 적고 머리 위로 번쩍 들면서 호응했다. 한쪽에서는 별 모양의 파란색 응원봉을 파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이 밖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2030여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이른바 ‘개딸’들도 곳곳에서 모습을 비췄다. 개딸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배우 성동일이 극 중 딸인 가수 정은지를 지칭하는 말로, 천방지축인 딸을 친근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들은 준비한 파란색 배지를 가슴에 달고 시위대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이에 맞은편에선 보수진영에서 나온 시위대가 규탄의 목소리에 맞서 응수했다. 이들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초대형 스피커와 스크린 등을 띄우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진보진영의 규탄 외침에 맞춰 애국가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Let It Go)’ 등을 크게 틀어놓기도 했다. 이날 집회를 진행하던 보수 유튜버 안정권씨는 직접 마이크를 들고 집회 차량에 올라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력하게 외쳤다.
집회에 동참한 이들은 저마다 가져온 팻말과 현수막 등을 머리 위로 흔들면서 호응했다. 이들 중에는 무료로 태극기와 미국 국기 등을 나눠주는 이도 있었다.
이 밖에도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를 지지하는 인터넷 팬카페에서 나온 듯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김 여사의 사진과 함께 팬카페의 이름인 ‘건사랑’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팻말을 들고 안정권씨의 외침에 함께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집회가 동시에 열리자 광화문 일대에서는 수백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에 경찰은 이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저지선을 만들고 각 집회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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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