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연설에서 “172명 의원의 경륜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서 담대하게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쇄신과 개혁의 깃발을 들고 국민 속으로,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을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시민단체(한국청년연합 공동대표 등)에서 활동하다 2007년 열린우리당이 해산된 뒤 잔존 세력이 시민사회 출신들과 손잡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 때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서울 중랑을에서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다. 원내수석부대표(2017~2018년), 을지로위원장(2018~2020년),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 및 임시 위원장(2021년)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원순계’ 핵심이었으며,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신이재명계’로 부상했다.
박 원내대표 당선에는 이재명계 의원들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처럼회 등 친조국 성향의 강경파 의원들이 일조했다. ‘콘클라베’(교황 선출식 비밀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1차 투표에서 18표(재적 의원 172명의 10%) 이상을 얻은 박홍근·박광온·이원욱(이상 3선)·최강욱(초선) 의원이 첫 번째 허들을 넘었다. 2차 투표에서 박홍근·박광온 의원으로 압축됐고, 마지막 결선투표에서 박홍근 의원이 과반 득표해 당선됐다. 당내에선 “1차 투표에서 최강욱 의원에게 갔던 표가 2차 투표부터 대부분 박홍근 의원으로 이동했을 것”(친문 초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 앞에는 이재명계와 이낙연계의 대립 등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국민의힘을 향한 협치와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있다는 평가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안(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국무총리 인준을 비롯한 내각 인사청문회 대응, 민주당이 당론으로 약속한 기초의원 선거구 확대 추진 및 검찰개혁의 향배를 둘러싼 충돌 등이 모두 박 원내대표가 맞닥뜨릴 난관들이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4월 국회를 민생 국회와 개혁 국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혁 입법도 늦출 수 없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방침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3~4월에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강성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 가짜뉴스 방지 등 언론개혁도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의 당선이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조기 등판 주장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이 전 지사를 지킬 것”이란 구호로 지지세를 모은 만큼 6·1 지방선거 공천이나 전당대회 등에서 이 전 지사 측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당내에선 이 전 지사가 “지방선거에 기여한 후 8월 전당대회에 직접 등판해 당권을 쥘 것”이라거나 “지방선거 출마자로 비는 수도권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말들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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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