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 개막] 30년간 묶였던 빗장 풀었다…막 오른 '한국판 웨스트윙'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면서 광화문이 아닌 '용산 대통령' 시대를 선언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공식 취임하는 오는 5월 10일 기존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해 업무를 개시하는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 이전 문제는 지난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서울청사 집무 공약'을 내놓은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약속해왔고, 이번에 30년 만에 현실화가 된 것이다.

'용산 집무실'은 미국 백악관 집무동 '웨스트 윙'을 참고했다. 집무실, 비서실, 회의실, 출입기자실 등을 청사 안 가까운 곳에 배치해 원활한 소통과 업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직원 수는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회의실을 가급적 많이 만들겠다"고 소개했다. 또 "국방부 구역 역시 개방,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만 백악관 같이 낮은 펜스(담장)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반환되는 주한미군 기지 부지 등도 공원 등 국민 공간으로 조성된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국민들이 산책 나와서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 교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관저는 국방부에서 3~5분 거리에 위치한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개조해 임시 사용하고, 향후 경내에 관저와 영빈관 등의 신축을 검토한다. 외국 정상 등이 방한할 경우 당분간 기존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을 이용한다.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장관실은 인근 합참 건물로 이전하고, 국방부 직원들도 합참 청사와 국방부 청사 별관(구청사) 등으로 분산 배치된다. 국방부는 이달 중 본관을 비우고 4월 리모델링을 실시한다. 윤 당선인은 '안보 공백' 우려에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전체 이전 비용은 △국방부의 합참 건물 이전 118억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252억원 △경호처 이사 비용 99억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25억원 등 약 496억원으로 추산했고, 관련 비용은 '인수인계' 업무로 현 정부의 협조를 구한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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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