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방역에 체선기간 늘고 보복소비에 물동량 급증 원인
해운업계에 암시장이 형성됐다. 웃돈을 주지 않으면 배에 컨테이너를 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사들은 프리미엄 액수에 따라 배에 실리는 컨테이너 순서를 정한다. 큰손은 언제나 중국이다. 중국의 거대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선복을 선점하면서 국내의 컨테이너선 대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화물대란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화물을 실을 배도 없는 데다 운임까지 급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인천 연수구 소재 한진컨테이너터미널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가 줄을 지어 있었다.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도 터미널 크레인은 분주했다.
터미널 관계자는 “24시간 가동 중임에도 선적이 쉴 틈이 없다”며 “인천항은 부산항보다 상황이 괜찮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4~5일은 배가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중국향(向) 배들이 주를 이루는 이곳 인천항에서도 수출기업과 선주를 중계하는 물류업체들의 프리미엄 경쟁이 심각하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운임비 외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주느냐에 따라 배에 실릴 순서가 정해진다”며 “요즘은 프리미엄을 안 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향 컨테이너선이 주를 이루는 부산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부터 배가 항상 가득 차 있다. 중국에서 기항한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 컨테이너선이 들어와도 국내에 화주가 실을 수 있는 공간이 3000TEU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산항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선사들이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며 “머스크 등 주요 선사들이 중국에서 이미 많은 짐을 싣고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경쟁으로 인해 운임비 상승도 가속화하고 있다. 운임비에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면, 프리미엄이 반영된 운임비가 다시 산정되고 다시 거기에 프리미엄이 붙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운임비 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장에서 성행하기 시작했다. 액수는 선사와 화주가 개별협상을 하기 때문에 일정하진 않지만, 글로벌 운임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지난해 12월 4일 기준 2129.26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3100.74까지 4개월간 45.63%가 뛰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SCFI가 증가한 만큼 프리미엄이 지급됐다고 보면 된다”며 “실거래가가 형성되면서 운임비가 뛰고 거기에 다시 프리미엄이 붙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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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