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백악관 반도체 미팅 후 차량용 반도체 제조계획 밝혀
MCU 공정 단기간에 만들기 쉽지 않아 실효성 의문
작년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액 1위인 인텔(Intel)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밝히면서 현재 자동차 생산 차질을 불러온 반도체 수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반도체 CEO 서밋' 직후 차량용 반도체 제조계획을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을 유발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업체와 앞으로 6개월~9개월 안에 차량용 칩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량용 반도체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겔싱어 CEO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위해 기존 공장 네트워크를 개방한다고 밝힌 만큼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두뇌 역할'을 한다. MCU가 없으면 차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MCU 공급부족으로 최근 현대차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갔다.
업계는 인텔이 언급한 차량용 반도체가 MCU라면 현재 공급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6개월~9개월 안에 생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CU가 자동차에 장착되는 만큼 타 반도체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더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설계부터 공정까지 완료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MCU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수급 해소에 좋다고 보는데 아무리 인텔이라도 최소 6개월 안에 생산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만약 생산 되더라도 그 제품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바로 받아서 사용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도 "현재 MCU가 부족한 이유는 제조공정을 단시간에 확 늘리기 힘들기 때문인데 인텔이 갑자기 그런 공정은 못할 것 같다"며 "6개월~9개월은 정확히 설계하는 기간 정도고 이후 공정까지 생각하면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MCU 수급 안정화 시점도 인텔 입장에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시적인 MCU 공급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설비 증설과 투자에 나섰다가 생각보다 빠른 안정화 시점이 오면 인텔 입장에서는 회사의 자원을 낭비한 격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MCU 부족현상은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MCU의 70%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TSMC가 미국과 유럽 등의 요청으로 3월부터 다른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줄이며 MCU 생산 물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증산으로 인한 공급효과는 7월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MCU 공급부족 현상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완성차 업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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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