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대란’에 대만 TSMC ‘역대급 투자’...삼성전자 뭐하나

TSMC, 향후 3년 동안 100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 밝혀
삼성, 미국 오스틴공장 풀가동 요원...파운드리 시장 무한경쟁 돌입


▲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라인(팹16) 외부 모습. [사진=TSMC 홈페이지]
“자동차만 문제가 아니다.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기기와 세탁기·청소기 등 생활가전 등 산업계 전분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우려된다.” 국내 한 전자업체 임원의 말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예견된 반도체 공급 부족 대란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산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내 반도체 생산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반도체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쉽사리 생산량 증대를 결정하기 어려운 점이 난제다. 수요가 폭증한다고 해서 반도체 공정을 새로 증설하는 것도 단기간에 불가능한 터라, 관련 기업들의 아우성은 날로 커질 전망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리드타임은 지난 2월 평균 15주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해당 통계가 집계된 후 최장 기간이다. 리드타임이 길수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는데 지난해 12월~올 1월 사이 리드타임은 6.5일 늘었고 1~2월 사이 6일이 더 늘어나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오는 7∼14일 울산 1공장 휴업을 결정했다. 언제든 추가 가동중단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포드는 북미 6개 공장에서 각 공장별 상황에 따라 4~6월 최대 3주간 시간외근무를 없애거나 휴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TV·가전·컴퓨터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 브로드컴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반도체를 주문하면 납품까지 12주가 걸렸으나 지금은 22.2주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폰용 첨단 반도체는 주문 이후 30주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여기다 미국의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NXP, 인피니언 등 텍사스 지역 차량용 반도체 공장들이 한달 가까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 르네사스 공장도 지진과 화재로 오는 7월까지 정상화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한 공장에서도 지난달 31일 화재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곳은 신주과학단지 내 12공장으로, TSMC의 연구개발 및 시험 양산 공장으로 파악됐다.

국내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들의 선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는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이번주 오스틴 공장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기존처럼 현지 공정 풀가동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 생산이 국한돼 있다는 점이 한계다.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 되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완성차 및 IT기기 업체들은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 될 경우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19 회복세로 매출 호조가 예상되지만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오히려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총 1000억 달러(약 112조76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량 증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밝힌 투자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는 한편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파운드리 생산 설비에 11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반도체 독립에 나선 미국·유럽 행보도 숨가쁘다. 세계 1위 종합반도체업체인 미국 인텔도 2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새 반도체 공장 2곳을 설립,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유럽도 독일·프랑스 주도로 180조원 규모의 ‘반도체 자립’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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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