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10명 중 6명 “검찰의 과도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통제해야”

한국형사법학회 설문조사 진행 결과

법관 65%,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찬성’ 의견

법관 10명 중 6명이 검찰의 과도한 압수수색 등 영장 청구 통제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로 인해 인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고 ‘압수범위 밖 별건수사 활용’ 사례가 많은 것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한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형사법학회의 ‘강제수사 절차에서의 기본권 보장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법관 응답자 117명 중 65%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찬성(매우 그렇다, 그런 편이다)했다. 응답자의 19%는 반대 의견(별로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16%는 중립 의견을 밝혔다.


영장 사전심문제에 찬성한 법관들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영장청구 범위가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영장범위 밖 수색이 별건수사에 활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사법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사의 밀행성·신속성을 저해해 반대한다’는 검찰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법관들은 “압수수색의 경우 밀행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신속성이 생명인 수사에서 법원이 기록을 며칠 동안 갖고 있으면서 심문기일까지 진행할 여유가 없다”고 반대했다.

변호사들도 응답자 42명 중 절반이 넘는 56%가 사전심문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들도 “수사기관의 악용방지” “무의미한 압수수색 견제 가능” 등을 이유로 공감을 표했다.


설문조사 외에 영장실무 담당경력 판사 3명, 변호사 3명, 검사 4명, 경찰관 3명 등이 응한 심층면접에서도 법관과 변호사 등은 비슷한 의견을 냈다. 판사들은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면접에 응한 한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전적으로 수사 자료에 의해서만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기본권 침해 우려가 큰데도 영장판사로는 불충분하거나 편향적인 자료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변호사는 3명 중 2명이 찬성했고, 경찰관은 3명 중 2명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찬성 의견을 낸 한 경찰관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내 전자정보 압수를 통한 사생활 침해라는 인권침해와 별건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며 “(전자정보를) 무분별하게 압수하고 개인의 사생활과 신상까지 수사기관이 활용한다는 것은 과도한 수사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 4명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검사들은 “압수수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보안이다”라며 “사전심문제가 시행되면 피의자가 압수수색을 예견해 관련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매우 커 사법정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반박했다. 또 “사소한 압수마저 일일이 사전심문을 받도록 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 보장 증진 측면에서도 큰 실효성이 없다”고도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학회가 지난 3~4월 전국 법관과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조사 내용을 담은 해당 연구보고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12월 연구용역을 발주해 이뤄졌다. 조사에는 법관 117명,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 42명이 응답했다. 검찰과 경찰은 민감한 주제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연구보고서에는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의 역할에 대한 지적과 당부도 실렸다. 법원이 검찰 등 수사기관이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대해 ‘10건 중 9건’ 비율로 발부해 ‘영장 자판기’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검찰의 ‘전자정보 통째 압수수색’ 관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을 짚었다. 통째로 압수수색된 전자정보가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에 장기간 보관돼 남용·악용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영장 사전심문제는 법원의 예방적 통제 기능을 강화해 헌법상 공정성 원칙 실현에 기여하는 제도”라며 “수사기관의 신중한 영장청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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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