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로 몰린 한동훈... '채 상병 특검법' 이러지도 저러지도

추경호, "공수처 수사 후 특검 검토, 당의 분명한 입장"
한동훈 "의원 설득해 특검 발의" 의견과 정면충돌
공수처 수사결과 이후로 판단 미뤄질 듯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진행된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사 후 이동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 외통수에 몰렸다. '제3자 추천' 방식을 약속했지만, 막상 특검법을 발의하자니 부정적인 당내 여론과 친윤석열(친윤)계의 반발을 넘어서기 버겁다. 그렇다고 발을 빼자니 그가 강조해온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부담이 큰 만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시간을 끄는 상황이다.

한 대표와 함께 여당의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마저 엇박자를 냈다. 추 원내대표는 3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희들은 수사기관(공수처)의 결과가 발표된 뒤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제3자 추천을 해법으로 내놓은 한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심지어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 종료 전에라도 특검법을 발의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한 대표와 얘기가 된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일단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초 한 대표는 여권이 반대해온 채 상병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발의해 중도·수도권·청년층으로 지지층을 확대할 생각이었다. 특검을 요구하는 민심을 수용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노렸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친윤계는 “어떤 이유에서든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특검법을 여당 손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친윤계와 정면충돌할 경우 당의 분열은 물론 당정 갈등이 폭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 있다. 이에 한 대표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내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내가 처지가 좀 그렇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특검법 발의를 철회하기도 어렵다. 당내 반대조차 돌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의 입지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한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상공회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에 대한) 제 입장은 그대로"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는 “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더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특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발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시점과 방식은 말을 아낀 것이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후 특검을 추진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납득할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이 커져 특검법 추진에 동력이 생기고, 기소를 하면 대통령실이 반발해 ‘차라리 특검법을 받겠다’고 할 수 있다”며 “당분간 공수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약속을 저버리고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 여론 또한 고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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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