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공수처 수사 후 특검 검토, 당의 분명한 입장"
한동훈 "의원 설득해 특검 발의" 의견과 정면충돌
공수처 수사결과 이후로 판단 미뤄질 듯
한 대표와 함께 여당의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마저 엇박자를 냈다. 추 원내대표는 3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희들은 수사기관(공수처)의 결과가 발표된 뒤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제3자 추천을 해법으로 내놓은 한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심지어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 종료 전에라도 특검법을 발의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한 대표와 얘기가 된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일단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초 한 대표는 여권이 반대해온 채 상병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발의해 중도·수도권·청년층으로 지지층을 확대할 생각이었다. 특검을 요구하는 민심을 수용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노렸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친윤계는 “어떤 이유에서든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특검법을 여당 손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친윤계와 정면충돌할 경우 당의 분열은 물론 당정 갈등이 폭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 있다. 이에 한 대표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내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내가 처지가 좀 그렇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특검법 발의를 철회하기도 어렵다. 당내 반대조차 돌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의 입지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한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상공회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에 대한) 제 입장은 그대로"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는 “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더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특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발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시점과 방식은 말을 아낀 것이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후 특검을 추진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납득할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이 커져 특검법 추진에 동력이 생기고, 기소를 하면 대통령실이 반발해 ‘차라리 특검법을 받겠다’고 할 수 있다”며 “당분간 공수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약속을 저버리고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 여론 또한 고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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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