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쪽짜리 서면질의에도 무대응
검, 디올백 확인 후 직접조사할 듯
제3의 장소나 방문조사 쪽에 무게
17일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김 여사 측을 상대로 방문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은 이런 검찰의 제안에도 구체적 답변을 피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은 같은 시기 검찰이 보낸 A4용지 100쪽 분량의 서면질의서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등의 고발에 따라 억울하게 도이치 사건 피의자가 됐을 뿐, 주가조작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품가방 의혹에 대한 국민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검찰에 응하지 않던 김 여사 측 대응도 변화하는 조짐이 감지된다. 실제 최근 김 여사 측은 변호인을 통해 명품가방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언론 취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조모 행정관, 명품가방 공여자 최재영 목사와의 면담 일정을 조율한 유모 행정관 등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도 이런 기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두 행정관이 법적 출석 의무가 없는 참고인 신분임에도 검찰 소환에 응하며 수사에 협조한 배경에는 김 여사 측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최근 검찰이 문제의 '디올백'을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대통령실에 발송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 목사가 준 디올백은 서울 서초동 소재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방치됐다가, 윤 대통령 부부 관저 이사 과정에서 한남동 관저로 옮겨졌고, 이후 대통령실과 조율 끝에 현재는 대통령실에 보관돼 있다. 검찰은 법리 검토를 거쳐 명품가방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수사기관의 공문은 대통령기록물로 남는 만큼, 검찰이 발송 전 김 여사 혹은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에서 명품가방 제출 요청은 김 여사 조사를 위한 사전 단계로도 평가받는다. 검찰은 명품가방 실물을 제출받아 일련번호를 통해 최 목사가 준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사용 여부를 조사해 김 여사가 이득을 취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이게 확인되면 김 여사 직접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사 형태는 ①소환조사 ②방문조사 ③제3의 장소 조사 ④서면조사 등 네 가지 방안이 모두 열려있는 상태다. 다만 검찰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선 김 여사의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서면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면조사를 진행할 경우 여러 번 질의와 답변이 오가야 하고,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김 여사 측이 가장 꺼리는 것은 검찰 출석이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데도 대통령 부인을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김 여사 측 입장이다. 현직 대통령 부인을 소환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방문조사나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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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