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가 급한데…가까운 강북삼성은 패싱, 4배 먼 중앙의료원행
시청역 차량 인도 돌진 사고, 환자 이송 둘러싼 의혹
3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A 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18길(4차선 도로)을 역주행했다. 해당 차량은 이후 BMW와 쏘나타를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그 후에도 100m쯤 이동하다가 건너편 시청역 12번 출구 쪽에 이르러서야 차량이 멈췄다. 이번 사고로 숨진 9명 모두 남성으로, 시청 직원 2명과 은행 직원 4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출동한 중부소방서가 현장에서 기록한 '인명 피해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천 6명', 중상자는 4명, 경상 3명이었다. 이 가운데 일천은 망자를 일컫는 무전 용어로, 그 자리에서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될 때 표기한다고 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일천 6명'을 제외하고 병원에 긴급 이송된 '중상자' 가운데 3명은 심폐소생술(CPR)을, 1명은 좌측 흉통을 호소했다. 심폐소생술을 처치 받은 부상자 3명 중 2명은 국립중앙의료원에, 1명은 세브란스병원에 이송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응급실 도착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고, 세브란스병원 측은 "D.O.A(Dead On Arrival(도착 시 이미 사망)였고, 고인은 장례식장에 모셨다"고 설명했다.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로 인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이들 모두 '응급실 도착 전후'에 사망했단 얘기다. 좌측 흉통을 호소한 중상자 1명(사고차주 추정)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짚어볼 게 구급대가 선택한 의료기관의 적절성 여부다. 사고 발생 지역에 위치한 '시청역 12번 출구'에서 서울대병원까지는 5.7㎞, 세브란스병원까지는 4.2㎞, 국립중앙의료원까지는 5.1㎞ 거리다. 이들 의료기관 모두 '외상센터'를 운영한다. 반면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3차 병원인 강북삼성병원의 경우 1.6㎞에 불과하다. 외상센터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응급실을 갖추고 있다. 경상 환자 1명이 이송된 곳은 강북삼성병원보다 200m 더 먼 서울적십자병원(1.8㎞)이다. '부상자가 도착 시 이미 사망했다'고 알려진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사고 지점과 세브란스병원 사이에 강북삼성병원이 위치해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현장 사망환자를 제외하고 심폐소생술을 받을 정도로 긴급했던 중상자 3명에겐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굳이 4배가량 더 먼 병원 외상센터까지 가야 했을까. 강북삼성병원 A 교수는 "사고 소식을 접한 후 응급 환자가 찾아오고, 에크모 치료를 시행할 가능성을 대비해 야간 대기 근무했다"며 "환자가 왜 안 왔는지는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에크모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 피를 환자 몸에서 빼낸 후, 체외 산화 장치에서 산소를 피에 주입하면서 핏속 이산화탄소를 없애고 다시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생명유지 장치다. 심정지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반면 소방 당국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북삼성병원은 외상환자, 특히 외상성 심정지 환자를 의료진이 없다며 잘 안 받아준다"며 "빅5 병원이나 고대 안암·구로병원처럼 중증외상의 최종치료센터가 있는 데로 우선적으로 외상환자를 보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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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