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 500억’ 해외순방에… “쌈짓돈 쓰듯이” 비판도

정부 “물가 상승·추가 정상회의 등 영향”

윤석열 정부가 ‘국가 비상금’으로 볼 수 있는 예비비를 해외 순방에 500억원 넘게 쓴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JTBC, MBC, KBS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외교활동 명목으로 예비비를 6차례 편성했다. 대부분 대통령 해외 순방과 관련됐다. 액수는 약 523억원이었다.


8월엔 ‘해외순방 외교활동 경비 지원’을 위해 300억원이 넘는 예비비가 책정됐다. 7월과 11월 역시 해외 순방 운영을 위해 총 76억원을 편성했다.

애초에 편성된 정상외교 예산은 249억원인데 두 배 넘는 예비비가 추가 사용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 첫해에는 대통령실 이전을 위해 예비비를 650억원 들였다.

예비비는 국회 예산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승인만 거치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재해처럼 예측할 수 없거나 예산 편성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시급할 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원칙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예비비 사용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 예비비 사용에 대한 사후 확인과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쌈짓돈 쓰듯이, 대통령실이 자기들이 필요한 예산을 정식으로 승인받지 않고 그냥 쓴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산 과정에서 꼼꼼하게 따지고,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대통령실 예산, 특히 예비비 활용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해서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비비가 해외순방에 과도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는 “2023년 코로나 19 완화에 따라 대면 외교가 정상화되고, 호텔·항공료 인상 등 상당한 물가 상승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산엑스포 유치 교섭을 위한 양자회담을 30여차례 진행하느라 예산이 더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국제회의는 ‘정상 및 총리 외교예산’이 아닌 별도의 예산을 편성·집행해왔다”며 “역대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일부 국제회의는 이미 정규예산이 확정된 후에 개최가 결정돼 예비비 사용 사유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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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