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모른 채로 계속 점유·사용
'20년 점유권' 주장 안 받아들여져
수십 년간 공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온 유치원에게 변상금을 부과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변상금은 사용 허가나 임대 계약 없이 국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점유한 주체에 부과하는 금액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A씨 부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그간 토지에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뢰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1978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땅을 분양 받아 유치원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부지 인근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는데, 울타리 안쪽엔 부부가 계약하지 않은 땅 424㎡(128.3평)도 포함돼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곳에 놀이시설 등을 설치하고 유치원 소유 토지처럼 활용했다.
이후 40년이 흘러 부부는 법원에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수십 년간 아무런 제지없이 땅을 차지해왔으므로 소유에 대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소유권을 가진다'는 민법 245조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 부부가 울타리 내 토지의 점유 전부를 이전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이 2021년 확정되자, SH는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남아있는 2016년부터 5년간의 무단점유∙사용분에 대해 변상금 18억 원을 부과했다.
A씨의 불복으로 열린 행정소송에서 유치원 측은 "40여 년간 아무런 이의 제기 없던 서울시가 변상금을 부과하는 건 신뢰보호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앞선 민사사건이 본격화된 2019년 이후로는 문제가 되는 공유지에서 유치원 차원의 야외활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고도 항변했다.
재판부는 SH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가 A씨의 무단 점유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유치원 측이 공유지 사용을 멈춘 것도 2021년 흰색 담장을 설치하면서부터라고 판단한 것이다. 변상금의 기준이 된 개별공시지가 산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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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