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물리학도가 “투표” 외친 이유···“과학 꿈꾸는 가장 쉬운 방법”

▲ 카이스트 물리학과 4학년 채동주씨가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태울관 게시판에 ‘과학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2030 유권자 네트워크 제공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4학년 채동주씨(22)는 우주론 연구를 꿈꿔왔다.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 등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채씨는 올해 초부터 연구를 향한 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이후 연구 환경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씨는 27일 오후 학교 게시판에 ‘과학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과학계 구성원들에게 4·10 총선에서 투표하라고 독려하는 내용이다.


채씨는 대자보에 “우리가 R&D 예산 삭감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를 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투표”라며 “우리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투표해 달라”고 적었다. 청년 네 명이 지난 24일 ‘2030 유권자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청년 문제를 알리고 2030세대의 투표를 독려한 활동의 일환으로 채씨도 참여했다.

채씨는 올해 R&D 예산 삭감 이후 연구자들의 생존과 학생들의 꿈이 위협받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이 해체되거나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채씨는 “정부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하니 순수과학을 지망하는 입장에서 우려스럽다”며 “과학의 미래를 논하는 일이 손바닥 뒤집듯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많이 됐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할 때 R&D 예산 복원을 외친 졸업생이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것을 보며 채씨의 막막함은 커졌다. 채씨는 “대통령의 축사가 ‘여러분의 손을 꼭 잡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예산 복원을 외친 이를 곧바로 끌고 나갔다”며 “정부가 정말로 과학 발전에 관심이 있는지, 과학계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고민 끝에 대자보를 붙이기로 한 채씨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는 뜻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해 이공계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R&D 예산 삭감, 나아가 과학 의제를 다룰 때 과학계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며 “‘투표를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투표를 통해 우리 과학계가 이번 이슈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R&D 예산 복원 요구 입틀막 강제퇴장에 대한 대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채씨는 앞으로 예산 삭감 피해사례를 알릴 계획이다. 대책위는 지난 21일 R&D 예산 삭감 피해사례 접수와 R&D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 모집을 시작으로 출범했다. 오는 30일에는 서울에서 피해사례를 바탕으로 한 성명과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각 정당에 정책 면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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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